예상 못한 강풍…공포에 떤 출근·등굣길

예상 못한 강풍…공포에 떤 출근·등굣길

입력 2010-09-02 00:00
수정 2010-09-0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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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20m 넘는 강풍을 동반한 태풍 ‘곤파스’가 2일 오전 예상보다 빨리 수도권을 강타하면서 이날 아침 출근길 집을 나선 시민들이 크고 작은 사고 위험에 시달리며 공포를 경험했다.

 새벽부터 서울지역 일부 아파트에서는 ‘창문이나 기왓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안내 방송을 했고,전기 공급이 끊겨 고층아파트 엘리베이터가 멈춰서는 등 돌발 사고도 잇따랐다.

 영등포동에 사는 박모(50.여)씨는 “새벽에 일어났더니 물이 끊겨 경비실에 가서 씻을 물을 얻어오는데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멈춰서는 바람에 10분이나 갇혀 있었다.생지옥이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시내 이면도로는 바람에 날리는 온갖 쓰레기와 부러진 나뭇가지 등이 뒤섞여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고,주요 도로에서는 가로수 가지가 꺾인 채 널브러져 차량이 급정거하고 버스·트럭·승용차 등이 한데 뒤엉켜 거북이 운행을 하기 일쑤였다.

 일부 도로는 신호등이 고장나거나 아예 부러져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회사원 한모(31.여)씨는 “새벽에 택시를 타고 시속 60㎞ 속도로 서강대교를 지나는데 강풍에 차가 좌우로 흔들려서 긴장했다.택시 기사가 ‘내가 그러는 게 아니다’고 여러 차례 말을 하니까 더 무서웠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박모(52)씨는 “최소 5년 내에 이런 정도 강풍은 처음 보는 것 같다.운전하는데 신호등이 휘청거리면서 부러질 것 같아 밑으로 지나가기 겁이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아침에 집을 나섰다가 바람에 날아온 물체에 맞아 다치는 바람에 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도 속출했다.

 오전 8시를 전후로 서울성모병원에는 날아온 돌에 맞아 이마가 5㎝ 정도 찢어진 응급 환자가 들어왔고,고대 안암병원에도 철판에 다리가 찢어진 환자 등 3,4명이 정형외과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아산병원과 한양대병원 응급실에도 간판이나 깨진 유리창 파편에 맞은 환자들이 응급실에 줄지어 서 있었다.

 기상청이 전날 밤 태풍이 이날 정오쯤에야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하고 일기예보를 한 탓에 출근길 어려움을 미처 예상치 못했던 시민들의 불만도 쏟아졌다.

 오전 8시께 성수동으로 출근한 회사원 김태진(29)씨는 “어제 일기예보에서 오후에 강풍이 심해질 거라고 했는데 예보보다 태풍이 일찍 온 것 같다.대비를 못 했고,생각보다 바람이 너무 심해 출근길에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광화문으로 출근한 회사원 이종근(34)씨는 “출근길부터 강풍이 심할 거라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한편 출근길 상황이 심각하자 일부 기업은 사원들에게 긴급 연락을 취해 출근 시간을 조정하기도 했다.

 LG그룹의 한 계열사는 오전 7시에 직원들에게 ‘태풍으로 상황이 좋지 않으니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강풍이 잠잠해지면 출근하라’는 내용의 단체 문자를 보냈다.

 연세대에서 오전 9시에 수업을 시작하는 한 강의실에는 20여분이 지나서도 수강 학생 50명 중 8명만이 도착하는 등 각 대학에서는 등교하지 못한 학생들 때문에 수업이 미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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