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사죄담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말뿐인 日사과에 절통함만…

[日총리 사죄담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말뿐인 日사과에 절통함만…

입력 2010-08-11 00:00
수정 2010-08-1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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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상처… 시민단체 반응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10일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지만 우리 국민과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정신대 피해자 보상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말뿐인 사과’에 그쳤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정신대 피해자에 대한 피해보상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아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로부터 비난을 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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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각성하라”
“일본 정부 각성하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사죄담화를 발표한 10일 오후 태평양전쟁희생자유가족회 회원들이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성의 있는 배상책을 마련하라며 항의집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양금덕(82) 할머니 등 광주 지역 근로정신대 피해자 7명이 1998년 일본 사회보험청을 상대로 후생연금 탈퇴수당 지급을 청구했지만, 일본 측이 지난해 1인당 99엔이라는 터무니없는 액수를 제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만 민간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이 최근 시민단체에 근로정신대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수용하겠다는 공문을 보내면서 민간차원에서 일부 진전이 이뤄질 기미를 보이는 게 고작이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이번 일본 총리 담화 발표에 대해 “15년전 일본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발표한 담화에서 진전된 것이 전혀 없는 무성의한 내용”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번 담화문에는 단지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과한다는 내용이 있을 뿐 수많은 정신대 피해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하나도 담겨 있지 않다.”면서 “국제사회가 지난 50여년 동안 일본 정부에 강한 목소리로 정신대에 끌려간 할머니들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지만 아직도 묵묵부답”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조선왕실의궤 반환에 대해서도 “이미 과거에 청산했어야 할 문제를 한·일병합 100년을 맞아 추진하려는 일본 정부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약탈해 간 수많은 문화재를 놔두고 의궤만 달랑 보내주면서 담화 발표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국장도 “일제 피해자의 보상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는 언어적 수사에 그쳤다.”며 일본 총리의 담화 발표를 평가절하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과 일본 사이의 불신과 장벽을 깨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한·일병합 100년이라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의 의미를 간과한 담화”라고 덧붙였다. 양순임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회장은 “일본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담화에 나온 ‘통절한 반성’도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사할린 강제징용자에 대한 지원문제도 ‘인도적 협력을 앞으로도 성실히 실시해 갈 것’이라는 추상적인 언급으로 마무리해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았다.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와 함께 1990년부터 사할린 강제징용자의 영구귀국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원 대상을 얼마 남지 않은 ‘한인1세’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일시적인 모국방문사업 대상자는 연간 150명에 불과하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현재 사할린에 남아 있는 한인 잔류자에 대한 지원도 전무한 상황”이라면서 “잔류자에 대한 지원에도 일본 정부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담화 발표 시기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외교 관례상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이달 15일이나 한·일병합조약 체결일인 29일 담화문을 내놓아야 하는데 대내외의 압박을 피하려고 엉뚱한 시기에 발표했다.”면서 “앞서 담화문을 내놓은 것은 종전기념일인 15일을 한국을 배제한 자신들만의 행사로 만들고 국치일은 아예 무시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일반 국민들도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회사원 정명재(25·여)씨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일 뿐 실질적인 행동이 뒤따르지 않아 실망스럽다.”면서 “조선왕실의궤 반환도 상징적인 조치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봉(56)씨는 “일본 시민들도 의례적인 총리의 말처럼 미안함을 느끼는지 의문이다.”면서 “일본 젊은 사람들은 과거 역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다는데 역사교육부터 제대로 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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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용·윤샘이나기자 junghy77@seoul.co.kr
2010-08-1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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