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쌈짓돈으로…지방공무원 비리 ‘천태만상’

세금을 쌈짓돈으로…지방공무원 비리 ‘천태만상’

입력 2010-06-24 00:00
수정 2010-06-2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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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을 빼돌려 회식비 등으로 쓴 혐의로 충북 청원군 공무원들에 대한 경찰 수사가 확대됨에 따라 향후 무더기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군 공무원 30여명은 최근 5년간 총 5천여만원의 예산을 업자에게 지급한 뒤 이를 돌려받아 회식비 등으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도민과 군민을 위해 일해야 할 공무원들이 지방자치행정을 위해 쓰라며 낸 세금을 빼돌려 쌈짓돈처럼 쓴 셈이다.

 토착비리 2차 특별단속이 시작된 올해 1월 이후 불과 6개월 만에 군수에서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수십명이 뇌물수수,보조금.공금 횡령,허위공문서 작성 등 다양한 혐의로 입건됐다는 점은 마치 ‘비리 백화점’을 연상케 한다.

 일례로 한용택 옥천군수가 승진.채용 대가로 3명에게서 총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철창신세를 지고 있는가 하면 이향래 보은군수도 채용 대가나 업자 편의도모 등을 구실로 총 5천700만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재판을 받고 있다.

 또 골프장 개발업체의 부지 매입을 도와주기 위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보은군 중견공무원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는가 하면 하수관거 업체가 실제로 관거를 촬영한 것처럼 공문서를 위조한 공무원도 적발됐다.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현지 확인절차나 정산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업자에게서 뒷돈을 받아 입건된 일선 공무원들도 허다하다.

 충북지방경찰청이 올해 1∼3월 진행한 토착비리 수사 결과,입건자 111명 중 절반 가까운 45명이 공무원으로 드러나 공직기강이나 윤리의식 확립이 시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토착비리는 아니지만,술이 덜 깨 상태에서 친구 부인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를 받는 공무원이나 억대 사기도박을 주도한 공무원,술에 취해 경찰서에서 행패를 부인 공무원도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공금.보조금 횡령이 죄의식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뤄지는 것은 공직사회 전체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으로,예산 집행과는 별도로 이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토착비리 2차 단속이 이달 말로 끝나지만,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토착비리 사범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속기간과 무관하게 입건해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 공무원 인사 ‘엉망’..감사위 적발

 제주도가 관련 법령이나 규정을 어기고 제멋대로 공무원 인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2007년 1월부터 지난 1월까지 행한 제주도의 행정업무 전반에 대해 4월 5∼16일 종합감사를 벌였다고 24일 밝혔다.

 감사위는 제주도가 2007년 8월부터 지난 1월 초까지 공로연수 파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지방부이사관 21명을 대기 발령하고,이들이 근무하던 자리에 직무대리자를 발령,지방공무원법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했다.도는 대기 발령자에 대해 도정 자문역을 수행하도록 하는 등 보직을 주지 않았다.

 2007∼2009년에는 승진임용 후보에도 들지 않아 자격이 없는 8명을 과장급(4급) 직무대리에 임용하기도 했다.

 제주시 천체테마파크의 영상 분야와 제주시 별빛누리공원 천문 분야의 지방계약직 공무원과 제주도 지방해양연구사에 자격 미달자를 채용하기도 했다.

 도는 본청 계약직 공무원 19명이 2007년 2월부터 2010년 1월 사이 채용기간 5년이 만료돼 새로 공모를 통해 계약직공무원을 채용해야 함에도 경력자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재계약했다.

 감사위는 제주도와 제주시,서귀포시가 관광지구와 관광단지,공원 개발사업자에 대해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비용 부담금 26억2천여만원을,10개 개발사업에 대해 생태계 보전협력금 4억1천여만원을 부과 및 징수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냈다.

 또 제주도재활전문병원 건립공사와 조천 우회도로 건설공사,서귀포시 국도 대체 우회도로 건설공사 등의 설계가 부적정하게 이뤄진 것도 드러났다.

 감사위는 법규 적용을 잘못했거나 소관 업무를 소홀히 한 151건에 대해서는 시정 또는 주의 등 행정조치하고,관련 공무원 3명은 징계,38명은 훈계토록 제주지사와 제주시장,서귀포시장 등에 요구했다.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비용 부담금 미징수 등 재정적으로 부당하게 처리된 41건(63억4천여만원)에 대해서는 회수하거나 감액하도록 했다.

 ●옥천노인장애인복지관장 인사 ‘시끌’

 충북 옥천군으로부터 노인장애인복지관(옥천읍 삼양리)을 수탁받은 사회복지법인이 퇴직을 앞둔 공무원을 관장으로 앉히려 하자 직원들이 집단반발하고 있다.

 24일 옥천군 등에 따르면 이 복지관 수탁운영기관인 사회복지법인 숭덕원(이사장 길동수)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이달 말 퇴임하는 옥천군청 공무원 A(서기관)씨를 차기 관장으로 내정했다.

 올해 말 공로연수 예정인 A씨는 복지관장 자리를 확보한 뒤 명예퇴직을 신청한 상태다.

 길 이사장은 “애초 내부발탁 등을 고려했지만 적임자가 없어 고민하던 상황에 옥천군이 A씨를 추천했다”면서 “면접결과 풍부한 행정경험과 덕망을 갖춘 인물로 평가돼 지난 9일 이사회에서 차기 관장으로 내정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복지관 직원들은 옥천군청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의견을 내고 옥천군의 부당한 인사개입을 비난했다.

 이들은 “지방행정과 사회복지는 분명히 구분돼야 하며,관장자리를 퇴직 공무원을 위한 임기연장 수단으로 인식하는 옥천군에 분노를 느낀다”며 “복지관장은 사회복지분야 전문지식과 경험을 두루 갖춘 전문가 중에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옥천군 공무원노동조합도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군청이 수탁기관에 사람을 추천하는 것 자체가 부당한 외압”이라면서 “오해의 소지를 없애려면 공모를 통해 복지관장을 선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노조는 공모절차를 밟아 후임 관장을 모집하도록 숭덕원 측에 권고해줄 것을 옥천군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옥천군 관계자는 “복지관 운영규정에 관장 임명시 군청과 협의하도록 돼있어 A서기관을 추천했을 뿐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며 “여론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 숭덕원 측에 재차 공모를 권고하고 있는 상태”라고 해명했다.

 지난 2003년 옥천읍 삼양리에 들어선 노인장애인복지관은 숭덕원 측이 옥천군으로부터 한해 30억원 안팎의 운영비를 지원받는 조건으로 수탁해 운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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