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 29명 유언비어 막기 위해 24시간 감시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 이틀 뒤인 22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 2층 사이버범죄수사대로 한 통의 제보전화가 걸려왔다.제보자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라 전화했다”면서 “‘북한의 이상 행동으로 긴급 징집한다.근처 예비군 연대로 신속히 오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는데 이상하니 수사해달라”고 말했다.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즉각 사실 확인에 나섰다.확인 결과 문자 메시지 발신 전화번호는 국방부 교환번호였지만 국방부는 징집령을 내린 사실도,문자 메시지를 보낸 적도 없었다.
그 사이 문자 메시지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서도 ‘예비군 징집령’이 퍼져 나갔고 국방부에 문의전화가 쇄도하는가 하면 누리꾼과 시민들은 ‘전쟁이 나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에 휩싸였다.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즉각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대원들은 ‘징집령’ 문자 메시지 유포 경로를 거슬러 올라가며 최초 유포자를 추적해 나갔다.마침내 자영업자 최모(26)씨를 붙잡았다.
최씨는 경찰에서 ‘재미 삼아’ 예비군 징집령이 떨어졌다는 허위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털어놨다.한 사람이 재미 삼아 저지른 장난으로 수 많은 사람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대원들의 활약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이달 초에는 포털사이트 인터넷 게시판에 현역 해군 장교라고 밝힌 사람이 양심선언을 한다며 ‘천안함은 침수로 침몰했다’는 내용의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
인터넷을 감시하던 중 이 글을 발견한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즉시 해군 측에 진위를 물었고,해당 장교는 해군에 근무하는 게 맞지만,이 글을 쓴 적은 없다고 답변했다.
수사대 대원들은 사이버 공간을 추적한 결과 장모(23)씨가 해군 장교를 사칭해 거짓으로 꾸며 글을 썼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지난 21일 장씨를 붙잡아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2000년 발족한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유언비어나 괴담으로 국민이 불안에 떠는 것을 막기 위해 24시간 사이버 공간을 돌아다니며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대원 29명은 인터넷을 감시하는 게 일의 전부가 아니라 인터넷뱅킹 해킹,인터넷 전자상거래 사기,메신저 피싱,스토킹,명예훼손 등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범죄 모두를 수사한다.
방대한 사이버 공간을 뒤져 범죄 단서를 찾고 범인을 쫓아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양의 정보와 매일 싸움을 벌여야 한다.인내력의 승부인 셈이다.김종섭(55)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인내심이 없으면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대원들이 잊지 못하는 사건은 2008년 촛불시위 때 시위 현장에서 ‘여대생 사망설’이 퍼지며 누리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유언비어를 초동 수사를 통해 진압한 것이다.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요즘 천안함 침몰사건과 지방선거 등 굵직한 현안을 둘러싸고 퍼지는 유언비어와 격전을 치르고 있다.익명성 뒤에 숨어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행위를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김 대장은 “잘못된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대 재생산되면서 기정사실인 듯 알려지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등 폐해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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