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베명인 박영남씨의 ‘외로운 싸움’

삼베명인 박영남씨의 ‘외로운 싸움’

입력 2010-05-19 00:00
수정 2010-05-1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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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삼베 짜는 법과 수의(壽衣)를 만드는 전통기술 전승의 맥이 끊길까 봐 너무 안타깝습니다.”

 마(麻)와 삼베,수의로 유명한 전남 보성에서 40여년간 베틀 앞에서 외길을 살아온 박영남(56.여)씨는 최근 해가 갈수록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자신이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배워 온 삼베 짜는 기술과 전통 수의 제작 기술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삼베의 고장인 보성에서 태어난 박씨는 자신의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삼베짜는 법을 배웠고 결혼 후에도 시어머니로부터 삼베는 물론 수의도 옛방식 그대로 만드는 법까지 이어받았다.

 과거에는 대부분 삼배의 원료가 되는 마를 파종하고 수확해 삼베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직접 했기 때문에 세분도 모두 그렇게 했었고 박씨도 이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배웠다.

 박씨는 “시어머니의 경우 베틀을 이용해 삼베를 짜는 기술과 수의 제작에 탁월한 기술을 갖고 계셔서 상인들이 오면 삼베는 안보고 시어머니 이름만 듣고 물건을 구입할 정도였다.”라며 “보성삼베만이 갖고 있는 높은 품질도 한몫했다.”라고 말했다.

 보성삼베는 다른 삼베와 달리 마가 사람 키보다 훨씬 크게 자라 실을 만들 때 매듭이 줄어 더 촘촘하게 짤 수 있고 실도 굵어 통풍이 잘되고 땀을 흘려도 달라붙지 않을 뿐 아니라 강도도 10배 이상 강해 ‘명품삼베’로 알려졌다.

 명품삼베로 짠 수의는 전국적인 명성을 얻어 과거에는 주문이 쇄도했으나 지금은 저가 중국산 삼베에 밀려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

 특히 전통 삼베수의는 망자가 입는 옷이므로 옷감을 꺾고 바느질하는 위치와 방법이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워 아무리 숙달된 사람이라도 1개월만 쉬면 잊어버리거나 헷갈릴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어서 지금은 사라져가고 있다.

 박씨는 할머니와 어머니,시어머니로부터 그 기술을 물려받아 지금도 계속하고 있지만 삼베의 고장이라는 보성에서도 박씨처럼 삼베짜기와 전통방식의 수의제작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박씨는 이같은 전통기술을 인정받아 각종 베짜기 경연대회와 삼베 품평회 등을 휩쓸었지만 삼베짜는 기술이나 전통 수의제작에 대한 대우는 아직 미흡하다.

 이 때문에 각고의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 어려운 작업을 배우려는 사람도 없고 기술을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드물다.

 박씨는 “삼베와 수의제작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라며 “전통 삼베.수의제작 기술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뛰어난 실력을 갖춘 후배들이 나타날 수 있도록 지원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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