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들에게 편지 써보세요”

“독립운동가들에게 편지 써보세요”

입력 2010-04-23 00:00
수정 2010-04-23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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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기념사업회 2019년까지 ‘100년 편지’ 사업

“평양을 떠난 뒤 제 마음 한켠을 떠나지 않는 건 할머니의 낡은 일기장이에요. ‘아이가 태어나 첫 울음을 울 때 그 아이의 일생을 누가 알겠는가.’ 첫 줄은 이렇게 시작되었지요. 귀한 집 딸로 태어나 부귀영화는커녕 독립운동 자금 품어 안고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기를 몇 번이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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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선생의 부인 최준례 여사 무덤을 찾은 김구 일가. 왼쪽부터 둘째아들 신, 김구 선생, 어머니 곽낙원 여사, 첫째아들 인. 광복 이후 북에 남았다가 김일성에게 숙청당한 한글학자 김두봉 선생이 묘비 글을 썼다.
김구 선생의 부인 최준례 여사 무덤을 찾은 김구 일가. 왼쪽부터 둘째아들 신, 김구 선생, 어머니 곽낙원 여사, 첫째아들 인. 광복 이후 북에 남았다가 김일성에게 숙청당한 한글학자 김두봉 선생이 묘비 글을 썼다.


●‘임정 안주인’에 손녀가 보낸 편지

‘상해 임시정부의 안주인’이라 불리는 고(故) 정정화(1900~1991) 여사에게 손녀 김선현씨가 보내는 편지다. 정 여사는 1920년 시아버지 김가진이 74세의 고령에도 독립운동을 위해 상해로 망명하자 이를 뒤따랐던 인물. 여성이라 감시가 덜하다는 점을 이용, 10여년 동안 국내에 수차례 드나들면서 독립운동자금을 모아 임시정부에 건넸다.

해방 뒤 임시정부의 상징 김구 선생이 암살되고, 김구 선생의 비서이자 임정 국무위원을 지낸 남편 김의한이 한국전쟁 때 납북되면서 숱한 고초를 겪었다. 김씨는 그런 할머니에게 4년 전, 그동안 생사를 알 수 없던 할아버지 묘소가 있는 북한 평양에 들러 할머니 묘의 흙을 가져다 뿌려드린 얘기를 전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회장 김자동)는 22일 상해임정 설립 100주년이 되는 2019년 4월13일까지 10년 동안 독립운동가들에게 편지를 쓰자는 ‘100년 편지’ 사업을 벌인다고 밝혔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강화학파 홍승헌(1854~1914) 참판에게 편지를 썼다. 강화학파는 양명학에 가깝다는 이유로 이단으로 몰려 조선 후기 혹독한 탄압을 받았지만, 망국 뒤에는 가장 강력한 항일운동을 벌였던 집단으로 꼽힌다. 편지에서 한 교수는 “세상의 변화에 끝까지 책임지려 했던 마지막 보수주의자들의 의리를 봅니다. 몸과 마음이 하나였던 홍 참판님과 벗들께 술 한 잔 올리려 합니다. 잔을 든 손이 왜 이리 떨리는지요.”라고 추도했다.

●글 쓰는 형식은 자유… 이메일로 접수

기념사업회 측은 “평소에 어렵고 딱딱하게 느끼는 독립운동가들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어보자는 취지”라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 함께 나누는 가상의 대화 등 글 쓰는 형식은 자유”라고 설명했다. 편지는 이메일(kpg1919@korea.com)로 보내면 된다. 오는 8월15일 광복절에 맞춰 책으로도 낼 예정이다. 편지나 관련 사진을 단체메일로 받아보고 싶으면 사업회에 요청(02-732-2871~2)하면 된다. 사진에 얽힌 사연은 소설가 서해성이 썼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0-04-2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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