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가 수업 2~10시간씩 늘려
학교 교육 다양화를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 중인 자율형 사립고가 오히려 국어·영어·수학 위주의 수업시간만 늘려 획일적인 입시기관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왔다.22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에 따르면 서울 10개 자율형 사립고의 지난해와 올해 국·영·수 수업시간을 조사한 결과 90%가 2~10시간씩을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과목별로는 영어수업은 2개교를 제외한 8개교가 2~6시간씩을 늘렸다. 수학도 한 학교를 제외하고 9개 학교가 2~10시간을 확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어는 2시간 줄인 곳이 1개교, 2시간 늘린 곳이 2개교였으며, 나머지는 지난해와 같았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학교에 대한 관료적 간섭을 풀고 자율적이고 다양하게 교육과정을 운영하라는 자율형 사립고의 정책 목표와 달리 되레 입시경쟁 교육으로 획일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자율형 사립고가 중학교 내신성적이 일정 수준 이상인 학생의 지원을 받아 추첨을 거쳐 선발하다 보니 학생 간 경쟁이 치열해져 중학교 성적을 올리기 위한 선행학습용 사교육이 성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자율형 사립고를 더 이상 지정하지 말 것 ▲현재 구성된 학교의 심의 및 재지정 기준을 강화할 것 ▲학교간 전형 기준을 통일할 것 ▲현행 법인 전입금 부담률(3~5%)을 자립형 사립고 수준(25%)으로 올려 등록금 부담을 낮출 것 등을 제시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2010-04-23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