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뚝’ 백령도…주민들 한숨

관광객 ‘뚝’ 백령도…주민들 한숨

입력 2010-04-07 00:00
수정 2010-04-0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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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암괴석들이 마치 머리를 맞댄 장군들이 회의를 하는 것처럼 펼쳐져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두무진(頭武津),콩알을 뿌려놓은 듯이 동글동글한 돌멩이로 이뤄진 콩돌해변,북한의 장산곶을 볼 수 있는 선대암 등등.

 해마다 날이 풀리는 4월이면 관광객들은 천혜의 자연 명소를 간직한 백령도를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하지만 올해는 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의 여파로 섬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천안함의 인양작업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기미를 보이자 모텔,횟집 등 관광객을 상대로 생업을 이어가는 섬 주민들은 한결같이 관광객 감소를 걱정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침몰 사고 13일째인 7일 섬 곳곳에서는 주민들의 이 같은 우려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었다.

 백령도의 대표적 관광지인 두무진에 늘어선 횟집들은 수족관에 넘쳐나는 간재미 등 활어가 달갑지가 않다.

 관광객이 오지 않으니 수족관의 물고기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

 커다란 냄비에 깨를 볶고 있던 장산곶 횟집의 여주인(44)은 “매년 4월초 주말이면 식당의 자리도 수족관의 물고기도 모자랐는데 지금은 수족관에 물고기가 넘쳐나서 배도 안 띄우고 있다.팔 수도 없는데 잡아와서 뭐하겠냐”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여행업을 함께 겸하고 있는데 사고가 난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관광객 1팀이 온 뒤 7건의 예약이 모두 취소됐다.실종자 구조가 끝나지 않았는데 백령도로 관광하러 가기가 미안하다며 다들 취소했다”라고 덧붙였다.

 콩돌해안에서 만난 해안관리소 관리자 김두응(55)씨도 최근 섬을 찾는 여행객을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사고가 난 이후 주말에 관광객을 전혀 보지 못했다.해안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포장마차가 문을 연 것도 꽤 오래됐다”라고 설명했다.

 모텔 주인들과 관광객을 섬의 명소로 안내하는 택시기사들도 관광객의 급격한 감소에 울상을 지었다.

 북포리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김정중(55)씨는 “보통 4월초부터 실향민이나 50~60대를 위주로 한 관광객들이 주말에 1박2일이나 2박3일 일정으로 들어오지만 최근엔 관광을 하러 섬을 찾는 사람들을 보기가 힘들다”라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택시기사 최홍일(74)씨도 “이맘때쯤이면 관광객이 조금씩 늘어나는데 전혀 안보인다.관광객이 크게 줄면 관광업으로 먹고 사는 나 같은 사람들은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라고 걱정했다.

 4월 중순 본격적인 까나리 조업철(4월15일 이후)을 앞둔 어민들도 인양작업의 장기화로 조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어민들의 걱정에 백령면에서는 인양 장기화에 따른 어업 피해와 인양작업 중 우려되는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중화포구에서 만난 한 어민은 “4월 말까지 까나리를 잡기 위한 그물을 바다에 쳐야 하는데 인양작업이 길어져 그물 작업을 못하면 피해가 막심하다.하루 속히 인양작업이 마무리됐으면 좋겠다”라고 소망했다.

 이어 “인양작업의 장기화로 어민들이 어장에 나가지 못할 경우 정부에서 보상을 해 줘야 하는데 여기 어민들 대부분이 판매 기록을 남기지 않고 개별적으로 판매를 하기 때문에 적절한 보상 기준을 놓고 잡음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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