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허석희씨 숙부 “친구 대신 98호 탔다가…”

실종 허석희씨 숙부 “친구 대신 98호 탔다가…”

입력 2010-04-07 00:00
수정 2010-04-0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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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석희는 육지에 돌아오면 친척들에게 생선을 보내주던 착한 아이였습니다”

 작은아버지 허용건(59)씨가 기억하는 금양98호의 실종선원 허석희(33)씨는 수시로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정이 많고 그리움도 많은 착한 청년이었다.

 쌍끌이어선의 선원인 허씨는 지난 2일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을 위해 백령.대청도 인근 천안함 사고 해역에 갔다가 조업해역으로 돌아가던 중 변을 당했다.

 숙부 허씨는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98호 사고 소식을 뉴스에서 보고 석희는 97호를 타기 때문에 괜찮겠지 라고 생각,안심했다.그러다가 자막에 이름이 떠 뭔가 착오가 있는 줄 알았는데 선사에 확인해보니 대신 탔다고 하더라.그제야 ‘일이 났구나’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허씨는 “98호를 타던 친구가 휴가를 가서 97호 선장이 친구 대신 타라고 했던 모양이다.나중에 들어보니 자기 사촌 매형과 통화하면서 사고 당일 ‘천안함 도와주러 간다’고 했다더라”라며 안타까워했다.

 석희씨는 전남 해남 출신으로 중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에서 중국집과 택배회사에서 배달을 하다가 그곳에서 만난 친구와 함께 19살 때 부산으로 직장을 옮겼다.

 처음엔 공장에서 일하다가 배를 타게 됐고,이후에는 인천으로 왔다.배를 탄 기간은 10년 정도 됐다.

 허씨는 “처음에는 배를 탄다고 말을 하지 않다가 (배를 타면 통화가 안되니까) 왜 통화가 안되느냐고 계속 묻자 배를 탄다고 털어놓더라”라고 말했다.

 딸만 있고 아들이 없어 석희씨를 아들처럼 생각하고 키웠다는 작은아버지 허씨는 조카가 배를 타는 게 싫어 혼을 내기도 하고 본인이 하고 있는 건축일을 하자며 몇차례 데리고 다니기도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허씨는 “석희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에서 태어나 아버지를 초등학교 때 여의고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며 “그래서 탁 트인 바다를 좋아하지 않았을까….남들은 힘들다고 하는 뱃일을 참 좋아했다”라고 밝혔다.

 석희씨는 조업을 마치고 돌아올 때면 작은아버지와 사촌 누나들에게 생선이나 오징어를 집으로 보내주곤 했다.아픈 어머니께는 병원비도 가끔 보냈다.

 숙부 허씨는 “여기 와서 보니 배 타는 사람들은 돈을 다 써버리고 친척들한테 손을 벌리고 한다는데,이놈은 안 그랬다”며 “그때는 못 느꼈는데,다른 선원들을 보니 그 정도 하려면 정말 가족을 좋아하고 아끼는 애였구나 싶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침몰한 금양98호 탑승선원 9명 가운데 2명은 숨진 채 발견됐지만 허석희씨를 포함한 7명은 여전히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실종 상태이다.

 작은아버지 허씨는 “내가 석희의 근황을 자세하게 모르고 있어 나중에라도 분향소가 차려지고 석희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찾아오면,이놈이 어떻게 살았나 들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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