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찔린’ 검찰의 대대적 반격…한명숙 재판 ‘2라운드’

‘허찔린’ 검찰의 대대적 반격…한명숙 재판 ‘2라운드’

입력 2010-03-14 00:00
수정 2010-03-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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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5만달러 뇌물수수 혐의’ 재판은 이번 주에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이외의 증인 15명가량이 추가로 증언하면서 ‘2라운드’ 공방을 벌인다.

 지난주까지 3차례 진행된 재판에서 뇌물공여 혐의 피고인이자 핵심 증인인 곽씨는 검찰과 변호인의 신문을 통해 한 전 총리에게 5만달러를 전달한 경위와 두 사람의 친분 관계,골프채 선물 여부 등에 관해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곽씨는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와 달리 “한 전 총리에게 5만달러를 ‘건네준’ 것이 아니라 오찬장 의자 위에 놓고 나왔다”고 진술했으며 당시 오찬장 상황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하거나 질문에 따라 말을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변호인 측은 “곽씨의 진술이 자꾸 바뀌고 중요 정황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진술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 반면,검찰은 “진술을 번복하거나 부인한 게 아니다.큰 틀에서는 5만 달러를 줬다고 일관성 있게 진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주 검찰과 변호인의 ‘1라운드 공방’은 곽씨의 진술이 일부 흔들리면서 변호인 쪽에 우세한 형국으로 진행됐지만,검찰은 이번 주부터 다른 증인들의 진술을 받아내고 여타 정황 증거를 제시해 대대적인 반격을 시도할 전망이다.

 우선 15일에는 곽씨와 그의 부인,딸,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 등 4명이 증인 신문을 받는다.

 17일에는 박남춘 전 청와대 인사수석과 문해남 전 청와대 인사비서관,곽씨와 한 전 총리가 함께 들른 골프숍 관계자 등 6명이,18일에는 ‘총리공관 오찬’을 지켜보거나 수행한 총리실 직원과 곽씨의 운전기사 등 5명이 각각 증인석에 앉는다.

 19일에는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이국동 전 대한통운 사장이 증인으로 나온다.

 재판의 쟁점은 ‘곽씨가 한 전 총리에게 5만달러를 줬는지,만약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았다면 그 취지를 알고 있었는지,한 전 총리가 곽씨의 석탄공사 사장 지원에 도움을 줬는지’ 등 세 가지다.

 돈을 줬다는 곽씨 진술의 신빙성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밖의 증인이 어떻게 진술하고 검찰이 어떤 추가 증거를 제시하느냐도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번 주에 나오는 증인들을 통해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골프채를 선물한 경위와 자신의 이력과 무관한 남동발전 사장에 선임된 과정이 어떠했는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들고,변호인은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팀은 휴일도 반납한 채 13일 전원 출근해 2라운드 공세를 위한 작전회의를 연데 이어 일요일인 14일에도 모두 나와 공판 전략을 짜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새로운 증인들을 통해 돈이 건네졌던 당시 현장 상황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데 주력하겠다”라며 “이번 주까지 전체 증인의 절반가량이 출석하는 셈이어서 의미 있는 진술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는 뇌물 사건 재판에서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할 때 그 진술이 일관성과 합리성,객관적 상당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중요한 판단 요소로 본다.뇌물 공여자가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도 살핀다.

 판례 중에는 뇌물을 준 시기와 장소에 관한 공여자의 진술이 다소 불일치하거나 모순되더라도 이것이 단순한 기억력의 한계에 의한 것이라면 신빙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낸 사례들이 있다.

 반면 일부 판례는 뇌물 공여자가 수사과정의 진술을 뒤집는 말을 법정에서 하거나 객관적 자료에 부합하지 않는 진술을 하는 경우,뇌물 출처와 조성 경위를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지 못한 경우엔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밖에 돈을 줬다는 시점 이후 석탄공사 사장 선임과정을 둘러싼 증언,이 과정에 한 전 총리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도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주는 ‘플러스 알파(+α)’ 요인이 될 전망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나무의 뿌리나 몸통은 그대로 있고 일부 잔가지가 흔들렸을 뿐”이라며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가 인지하는 상황에서 5만달러를 전달했고 그 이후 경력과 무관한 남동발전 사장에 선임된 것은 유효하지 않느냐”며 공소유지에 자신감을 보였다.

 곽씨 진술의 신빙성을 둘러싸고 한차례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은 검찰과 한 전 총리 측이 금주부터 진행되는 여타 증인신문 과정에서 창과 방패를 어떻게 사용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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