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조사 걱정” 소문…병원 “수사받은 적 없다”
대규모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가 진행 중인 지역에서 대학병원 교수가 자살한 사건을 두고 의료계와 제약업계가 술렁이고 있다.4일 의료계와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지방 소재 한 대학병원 A교수(마취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대해 지역 의료계 일각에서는 리베이트와의 관련성이 제기되는 등 경찰이 진행 중인 리베이트 수사의 파장이 확대될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A교수의 지인이자 이 지역 소재 종합병원 소속 마취통증의학과장 ㅇ씨는 “A교수가 개인 채무와 리베이트 조사 문제로 괴로워하다 목숨을 끊었다는 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 광역수사대는 지난 17일 중견 제약기업 K사(社)의 리베이트 제공 혐의를 포착하고 지역 병의원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ㅇ씨는 “K사 지점뿐 아니라 100여명의 의사가 조사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지역 의료계가 벌집을 쑤셔 놓은 분위기”라며 “A교수가 대학병원에서 처방약 목록을 결정하는 의약품위원회(Drug Committee) 위원장이어서 소문이 더 확산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범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리베이트 근절 의지를 표명한 가운데 대규모 수사가 진행 중인 지역의 대형병원 의약품위원회 위원장이 자살함에 따라 사실과 관계없이 의료계와 제약업계가 긴장하는 분위기라는 것.
병원 측은 그러나 A교수의 자살과 리베이트 조사의 관련성을 단호히 부인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경찰에 확인한 결과 A교수는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며 “채무 등 개인적 상황이 (자살)동기”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 의료계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자살)사건이 터져 소문이 확산되는 것 같다”며 “증거도 없이 리베이트 수사 관련성을 제기하는 것은 고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약업계 역시 영업사원이나 의료계 인사 자살 사건이 터질 때마다 뚜렷한 증거도 없이 리베이트 관련성이 제기되는 것은 문란한 의약품 유통 실태를 방증하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편, 업계는 지난 1980년대 일본에서 처방을 대가로 금품·향응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은 의사가 자살한 사건을 상기시키며 투명한 의약품 유통질서 확립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역시 20~30년전까지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뒷돈’ 관행이 심각했으나 당국이 강력한 대응에 나서고 의료인 자살사건이 발생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커진 이후 비로소 투명한 거래질서가 정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위권 제약사 관계자는 “정부가 주는 쪽과 받는 쪽을 모두 엄하게 제재하는 제도를 마련,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해 불필요한 논란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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