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전 유골 본적지 확인 안 해 빚어진 일”
일본 도쿄의 사찰 유텐(祐天)사에서 한국 정부가 봉환할 예정이던 한국인 군인·군속 피해자 유골에 일본인의 것이 섞인 사실을 반세기가 넘도록 몰랐던 것은 일본 정부의 무성의한 관리 탓이다.일본이 1950년대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유골의 명부를 작성할 당시 신상정보만 제대로 확인했어도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골 봉환은 유골 신상기록 명부를 일본에서 건네받아 유족을 찾아 반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다.
일본에서 넘겨받는 이 명부에는 창씨개명한 조선인 이름, 거주지, 호적, 동원지역, 소속 부대 등 유골의 신상에 관한 정보가 적혀 있다.
유텐사 유골 중 유족이 있는 유골은 20여위만 남기고 송환을 거의 완료한 정부는 이번에 나머지 ‘한국인 추정 무연고 유골‘을 처음 국내로 들여오려는 4차 유골 봉환을 추진하다 문제의 일본인 유골의 존재를 알게 됐다.
신상자료를 정리해 넘겨달라는 요청을 받은 일본 정부가 작년 말부터 해당 자료를 정리하면서 서류에 기재된 본적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 확인하다가 본적지가 일본으로 된 자국민의 유골이 포함된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1950년대에 명부를 작성하면서 주소가 한반도로 돼 있으면 무조건 한국인 유골로 분류했는데, 이 과정에서 국내 거주 일본인 유골도 한국인의 것으로 처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는 명부가 작성된 1950년대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명부에 오류가 있다는 점을 찾아내지 못하다가 한국에 유골을 넘겨주기 직전에서야 자료 검토 중에 자국민 유골이 포함된 사실을 파악했다.
이번 일로 일본 정부는 한국인 유골 봉환에 무성의했다는 비판과 함께 자국민에게도 전후 희생자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런 불상사를 막으려면 유골 봉환 때 단순히 명부 확인만 할 것이 아니라 DNA 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의학자 의견을 검토한 결과 유전자 확인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론상 뼈의 상태가 양호해 DNA 정보가 남아있다면 추출할 수 있지만, DNA를 확보한다고 해서 한 사람의 완전한 유전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화장한 유골은 유전자 비교 대상이 모계 형제·자매로 제한되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남은 유족 중에서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사례가 거의 없어 실제로 화장한 유골의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게 의미가 없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반세기 전에 한국인 유골을 분류할 때 본적지만 제대로 확인했어도 뒤섞이는 일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 무연고 유골 자료를 철저히 조사할 것이다. 남은 유골에 서류상 다른 문제가 추가로 발견되지는 않은 상태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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