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쌍둥이, 20년전 태어났던 병원에 간호사로 출근

네쌍둥이, 20년전 태어났던 병원에 간호사로 출근

입력 2010-02-16 00:00
수정 2010-02-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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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애,응애,응애~” 1989년 1월의 늦은 밤,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당시 중앙길병원(현 가천의과학대학교 길병원)에서 힘찬 아기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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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첫 출근 앞서 이사하는 네쌍동이 자매 (인천=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지난 1989년 인천 길병원에서 태어나 이길여 가천문화재단 이사장의 도움으로 대학을 마치고 나란히 간호사 국가고시에 합격, 16일 길병원에 출근하게 된 일란성 네쌍동이 황슬, 설, 솔, 밀 자매가 지난 11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집으로 이사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세째 황솔, 네째 밀, 아래줄 왼쪽부터 첫째 슬, 둘째 설.
간호사 첫 출근 앞서 이사하는 네쌍동이 자매 (인천=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지난 1989년 인천 길병원에서 태어나 이길여 가천문화재단 이사장의 도움으로 대학을 마치고 나란히 간호사 국가고시에 합격, 16일 길병원에 출근하게 된 일란성 네쌍동이 황슬, 설, 솔, 밀 자매가 지난 11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집으로 이사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세째 황솔, 네째 밀, 아래줄 왼쪽부터 첫째 슬, 둘째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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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첫 출근 앞서 이사하는 네쌍동이 자매      (인천=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지난 1989년 인천 길병원에서 태어나 이길여 가천문화재단 이사장의 도움으로 대학을 마치고 나란히 간호사 국가고시에 합격, 16일 길병원에 출근하게 된 일란성 네쌍동이 황슬, 설, 솔, 밀 자매가 지난 11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집으로 이사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왼쪽부터 세째 황솔, 네째 밀, 첫째 슬, 둘째 설.
간호사 첫 출근 앞서 이사하는 네쌍동이 자매
(인천=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지난 1989년 인천 길병원에서 태어나 이길여 가천문화재단 이사장의 도움으로 대학을 마치고 나란히 간호사 국가고시에 합격, 16일 길병원에 출근하게 된 일란성 네쌍동이 황슬, 설, 솔, 밀 자매가 지난 11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집으로 이사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왼쪽부터 세째 황솔, 네째 밀, 첫째 슬, 둘째 설.


 첫 울음이 그친 뒤에 울음소리는 다시 시작됐고 이어 2차례의 울음이 더 이어진 뒤에야 주위는 고요해졌다.

 1977년 매,란,국,죽 자매가 태어난 이후 국내에서 2번째로 일란성 여아 네쌍둥이가 태어난 순간이었다.

 황슬(21),설,솔,밀이라고 이름이 지어진 이들은 강원도 삼척의 광산 노동자인 황영천 씨와 이봉심 씨 부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16일 오전 10시,인천 길병원 1층 로비에는 다 자란 4명의 숙녀가 들어섰다.

 이 병원에서 태어난 네 쌍둥이가 자신들의 영원한 직장이 될 길병원의 간호사로 첫 출근을 한 것이다.

 양인순 간호부장으로부터 기본업무 설명을 듣고 원내를 한바퀴 돌아보는 햇병아리 간호사들의 얼굴에는 앞날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수원과 강릉 등지에 흩어져 살던 네 쌍둥이는 길병원에 취업이 결정되면서 지난 11일 병원 인근의 방 3칸 짜리 연립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자매끼리 자취하는 것도 처음인 데다 생애 첫 직장을 갖게 된 날이어서 자매들은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네 쌍둥이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직장이 있던 강원도 삼척을 거쳐 인천과 경기도 용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살아왔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중.고등학교 시절 반장을 도맡아 하고 학교성적도 우수할 뿐 아니라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태권도를 배워 4명 모두 각종 태권도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실력을 갖췄다.

 어린 시절의 꿈은 다양했지만 4명 모두 ‘백의의 천사’라는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 간호학과 진학을 결심했다.

 지난 2007년 ‘슬’과 ‘밀’은 수원여대 간호학과에,‘설’과 ‘솔’은 강릉영동대 간호학과에 합격,4명 모두 간호학과에 입학했고,최근에는 올해 1월 치러진 제 50회 간호사 국가고시에 모두 합격했다는 소식을 통보받았다.

 어머니 이 씨는 “학격자 발표 때까지 네명 중 하나라도 떨어질까봐 마음을 졸였는데 간호사 국가고시에서 모두 합격해 정말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네 쌍둥이의 첫 출근까지는 이길여 가천의대 길병원 이사장과의 오랜 인연이 숨어 있었다.

 이 이사장은 1989년 당시 네 쌍둥이의 건강한 출생에 감동,수술비와 입원비를 받지 않았고,퇴원하는 산모에게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장학금을 주겠다”라고 약속했다.

 2007년 1월 네 쌍둥이들이 대학에 합격하자 입학금과 등록금으로 2300만원을 전달,18년 전의 약속을 지켰고 “열심히 공부하면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뽑겠다”라고 이 이사장은 자매들과 다시 약속했다.

 이길여 이사장은 지난 10일 네 쌍둥이가 간호사 국가고시에 전원 합격하자 3년 전의 약속대로 이들을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채용한 것이다.

 네 쌍둥이의 맏이인 황슬 씨는 “이길여 이사장님께서 저희와의 약속을 지켰듯이 우리 자매들도 이사장님께 약속 드렸던 대로 가난하고 아픈 할머니,할아버지들을 열심히 섬기는 가슴 따뜻한 간호사가 되겠다”라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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