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권 여사 “모두 다 비워놓고 떠나라… 미워말자”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권 여사 “모두 다 비워놓고 떠나라… 미워말자”

입력 2009-05-26 00:00
수정 2009-05-26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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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관식 비공개로 치러… “고인 표정 잠든 듯 평온”

“고인은 편안하고 인자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이 슬퍼 더 서럽게 울었습니다.”

25일 새벽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입관식을 지켜 본 민주당 서갑원 의원의 소회다. 이날 입관식은 권양숙 여사와 친지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회관에서 1시간30여분 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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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슬픔  권양숙 여사가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노 전 대통령의 입관식을 앞둔 이날 새벽 권 여사가 휠체어를 타고 빈소로 향하고 있다. 감색 재킷에 회색 바지를 입은 권 여사는 애써 슬픔을 참는 듯 입술을 꾹 닫고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었다. 김해 사진공동취재단
깊은 슬픔
권양숙 여사가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노 전 대통령의 입관식을 앞둔 이날 새벽 권 여사가 휠체어를 타고 빈소로 향하고 있다. 감색 재킷에 회색 바지를 입은 권 여사는 애써 슬픔을 참는 듯 입술을 꾹 닫고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었다.
김해 사진공동취재단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염은 이날 새벽 1시29분쯤 시작돼 2시5분쯤 마무리됐다. 사저에서 머물던 권 여사는 염이 끝나자 승용차를 타고 마을회관에 도착,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 봤다. 권 여사와 가족, 친지들은 ‘잠든 듯 편안한 얼굴’을 보고 통곡했다.

검은색 뉴그랜저 차량에서 경호관의 부축을 받아 내린 권 여사는 수척한 모습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15m가량 떨어진 마을회관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권 여사는 감색 상의에 회색바지, 흰색 운동화 차림이었다. 휠체어에 의지해 애써 침착한 표정을 보였지만 설움에 북받친 듯 가끔 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입관식도 휠체어에 기댄 채 참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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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의 염을 지켜본 측근들은 “베옷 수의를 입은 (노 전 대통령의) 표정이 잠든 듯 평온했다.”고 전했다.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권 여사를 비롯해 친지분들이 차례로 고인을 뵈었다.”며 “전통제례에 따라 권 여사도 입관 이후 첫 제사를 지내며 상복으로 갈아 입었다.”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의 다른 가족과 친지들도 이같은 절차에 따라 입관을 마친 뒤 상복 차림으로 첫 제사를 올렸다.

입관식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권 여사와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 등 가족과 친지들이 참석했다. 또 박봉흠·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박남춘 전 인사수석, 이호철 전 민정수석, 이정호 전 시민사회수석, 윤태영 전 대변인, 민주당 서갑원 의원, 안희정 최고위원, 변재진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입관식에 참석한 조계종 통도사 주지 정우 스님은 “(입관식은)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권 여사는 좋은 길 가시라며 향을 하나 피웠다.”고 말했다. 권 여사는 입관식에서 “모두 다 비워 놓고 떠나라. 용서하고 미워하지 말자.”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권 여사의) 시름이 생각 이상으로 깊다. 아무 말씀도 없고 묻지도 않는다. 억지로 권유해 하루 한끼, 겨우 몇 숟갈만 들고 있다.”며 “몸에 힘이 빠져 신발도 못 신으시더라.”고 전했다.

오전 3시15분쯤 권 여사가 휠체어를 타고 입관식장에서 나와 승용차로 이동하자 일부 조문객은 “여사님 죄송해요.”라고 외쳤다. 일부 지지자들이 “힘내세요.”라고 말하자 가볍게 목례를 하기도 했다. 전날 내려와 대기하던 노사모 회원들은 미리 준비한 촛불을 밝혔고, 일부 조문객은 촛불을 도로가에 일렬로 세워 놓기도 했다.

김해 박정훈 박성국기자 jhp@seoul.co.kr
2009-05-2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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