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반응·김 前차장은 누구
자살로 생을 마감한 김영철 전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은 정통관료이다. 꼼꼼하고 합리적인 성품 때문에 ‘성실한 청지기’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공직사회에서 신망이 높았다.1972년 행정고시 12회 수석으로 공직에 입문한 뒤 상공부 상역국 수출과장, 통상산업부 무역조사실장, 특허청 차장을 역임하고 지역난방공사 사장과 한국중부발전 사장 등을 거쳤다.
특히 김 전 사무차장은 상공부, 대통령 비서실 등을 거치며 한승수 국무총리와 호흡을 맞춰왔다.2005년 중부발전 사장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했으나 한 총리의 부름을 받고 다시 공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의 속내를 누구보다 잘 읽어내는 데다 총리 신임도 두터워 한 총리의 ‘분신’으로 통했다. 총리실의 정무와 살림살이를 무리없이 꾸려오면서 그림자처럼 한 총리를 보좌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김 전 사무차장은 중부발전 사장 시절 에너지절약 전문기업인 케너텍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검찰의 본격적인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김 전 사무차장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 “문제될 게 없다.”며 주변에 결백을 주장했으나 지난 2일 “조직과 국가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며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한 총리와 총리실 직원들은 김 전 차장의 비보를 접하고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과장급 이상 ‘간부와의 대화’를 위해 대전청사를 방문하던 중 보고를 받고,“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조금만 참지….”라며 몹시 충격을 받은 듯했다고 총리실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일정을 마친 한 총리는 오후 8시쯤 김 전 차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총리실의 한 간부는 “김 전 차장을 가까이 모셨던 모 과장은 사무실에서 비보를 접하자마자 울음을 터뜨리는 등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면서 “마음이 여린 분이 자살을 택한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2008-10-1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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