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5시쯤 서울 남산공원 팔각정 옆에서 김모(27), 류모(30), 이모(36·여)씨 등 3명이 운동기구 위에 한 명씩 누워 숨져 있는 것을 운동 나온 시민이 발견했다. 이들 주변에서는 ‘청산가리’라고 적힌 플라스틱병과 음료수 빈 병, 유서 등이 발견됐다. 유서에는 “여기 모인 사람들은 생을 마감하기 위해 만난 이유밖에 없으며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맹세한다. 사인을 밝히려는 부검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과 4명의 이름 및 서명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숨진 3명 외에 유서에 서명한 문모(19)양도 함께 자살했을 것으로 보고 2시간 넘게 남산공원 주변을 수색했으나 문양은 이날 오후 5시쯤 “언론보도를 보고 겁이 나서 왔다.”며 경찰에 찾아왔다. 문양은 “인터넷 포털에서 ‘청산가리’를 검색해 나온 게시물의 댓글을 보고 김씨가 쪽지로 집단자살을 제안해 왔다. 나는 부모 몰래 대학을 휴학한 죄책감 때문에 자살하려 했다.”고 밝혔다. 문양은 또 “자살에 사용된 약은 숨진 3명 중 한 명이 사 온 것”이라고 말했다.
문양은 당초 숨진 3명과 함께 여관에서 목숨을 끊을 생각으로 27일 오후 5시쯤 서울역에서 이들을 만나 중구 회현동의 한 모텔에 들어갔으나 이 사실을 알고 찾아온 남자 친구의 만류로 자살을 포기했다.
나머지 3명은 문양의 남자 친구가 모텔 주인에게 신고하는 바람에 모텔에서 쫓겨나 남산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자살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류씨가 사업실패 후 빚이 늘어 낙심해 왔고, 이씨는 올해 이혼 후 정신적 고통이 컸다는 주변 사람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김씨의 개인 노트에선 대학 편입에 실패해 심적 고통이 크다는 문구를 발견했다. 경찰은 이들이 자기들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문양을 자살방조 혐의로 29일 불구속 입건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