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돼지똥 준 배추가 원인”

“소·돼지똥 준 배추가 원인”

이유종 기자
입력 2005-11-04 00:00
수정 2005-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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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김치 16개제품서 기생충알 검출

국내산 김치에서도 기생충알이 검출됐다는 정부 발표로 해당 제조업체들은 초상집 분위기다. 이 가운데 경기도 안산 시화공단내 ㈜울엄마김치가 포함돼 있다.130평 공간에서 연간 1000∼1500t을 생산,2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업체다. 이 회사 장일환(41) 사장으로부터 기생충 감염과정과 업계의 답답한 속사정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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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기생충알이 검출된 것으로 발표된 경기도 안산시의 한 김치 제조업체에서 직원이 쌓아 놓은 배추를 바라보며 시름에 잠겨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3일 기생충알이 검출된 것으로 발표된 경기도 안산시의 한 김치 제조업체에서 직원이 쌓아 놓은 배추를 바라보며 시름에 잠겨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지난달 24일 우리 회사에 납품되는 배추가 돼지똥으로 재배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 제품에서도 기생충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물질이 나온 것은 첫째로 회사 잘못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기생충 유무를 검사할 방법이 없다. 어제 보건소에 물어 봤다. 현미경으로 보면 알이 보인다고 하는데 위로 뜨는 것도 있고 가라앉는 것도 있어서 정확한 검사가 불가능하다.

가장 큰 문제가 소똥과 돼지똥이다. 제조과정에서 지하수나 위생상태 때문에 기생충이 생길 수 있지만 우리 회사는 수돗물을 쓰고, 작업 전 반드시 손을 씻는다. 배추를 잘 씻으면 기생충알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90%까지만이다. 나머지 10%는 집에서 김치를 담가도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배추는 산지에 관계없이 품질만 고려해 서울 가락동 농산물시장에서 경매로 들여온다. 화학비료를 쓰는 강원도산 고랭지 배추를 빼놓으면 중·남부 지방에서는 작물 재배때 소똥·돼지똥을 쓴다. 여기서 기생충이 발생하는 것이다.1∼2월에는 해남산 배추,3∼4월에는 월동저장배추,4∼5월에는 김해·아산 등지의 하우스 배추가 들어온다.7월부터 10월 초까지는 삼척·영월 등에서 들어왔고 10월 중순 이후로 춘천·홍천·제천·문경·의성·봉화 등지의 배추를 받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생긴 우리 김치는 지난달 22일 출하된 제천 배추로 만든 것이다. 중부지방 배추라서 기생충 검출 확률이 애초부터 높았다.520개 업체 가운데 16개가 기생충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앞으로 남부지방 김치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면 절반 가까이가 기생충 김치가 될 수 있다. 특히 인분을 사용하는 유기농 배추에는 기생충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번에 기생충이 나온 김치는 한꺼번에 총 2.2t이 만들어져 200여 업소에 10∼20㎏씩 배달됐다. 배추를 ㎏당 1480원에 사서 김치로 만들어 ㎏당 1700원에 내다 팔았다. 잠시 배추값이 떨어져서 그렇지 보통 배추값이 1700∼2000원선이다. 인건비·재료비 등을 합하면 손해를 볼 때도 있다. 어제 김치를 회수하라는 통보를 받았는데 파악이 안 된다.

내가 식약청 직원이었으면 발표 전에 한번 더 되짚어봤을 것이다. 자칫하면 대한민국 농산물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2005-11-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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