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개구리일병’ 구하기

남산 ‘개구리일병’ 구하기

입력 2004-03-20 00:00
수정 2004-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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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 개구리알이 14년 만에 발견됐으나 실종된 시민의식으로 수난을 겪고 있다.자칫 잘못하면 개구리알이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일부 시민들이 보신에 좋고 희귀병을 치료하는 데 특효가 있다는 속설에 따라 마구잡이로 퍼가고 있기 때문이다.

개구리알 지킴이
 서울 남산에 십수년만에 개구리가 돌아왔으나 개구리알이 보신과 희귀병 치료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를 마구잡이로 채취하는 시민들 때문에 관리 당국이 공익요원을 상주시키는 등 생태계 보호에 나서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
개구리알 지킴이
서울 남산에 십수년만에 개구리가 돌아왔으나 개구리알이 보신과 희귀병 치료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를 마구잡이로 채취하는 시민들 때문에 관리 당국이 공익요원을 상주시키는 등 생태계 보호에 나서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
서울시와 시민들은 이는 ‘남산 제모습 찾기 운동’ 등을 꾸준히 펼쳐 10여년 만에 되살아나는 남산 생태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면서 개구리가 남산에 더욱 많이 서식할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 공원녹지관리사업소는 지난 13일부터 ‘남산에서 개구리알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잇따르자,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이 개구리알을 가져가 공익근무요원을 감시인력으로 배치했다고 19일 밝혔다.

공원녹지관리사업소 홍보담당 온수진(33)씨는 “기록차원에서 사진을 찍으러 개구리알이 발견된 웅덩이에 갔는데 일부 시민들이 페트병에 개구리알을 퍼 담아갔다.”면서 “상당부분이 훼손돼 남은 것이라도 보호할 필요성을 느껴 감시인력을 급파했다.”고 말했다.

공원녹지관리사업소는 지난 15일부터 개구리알이 발견된 남산공원 남서쪽(한남동 방면) 계곡에 위치한 물웅덩이 3곳에 공익근무요원 9명을 ‘남산 개구리알 사수대’로 편성,배치했다.3곳에 각각 1명씩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3교대로 근무한다.개구리알은 약수터 샛길에서 30m,산책로에서 100m정도 떨어져 있어 접근이 용이하다.알은 보신용이나 학습교재로 사용하기 위해 담아간 것으로 알려졌다.속설에 따르면 개구리알은 허리병 치료에 좋고 경칩에 개구리나 두꺼비의 알을 먹으면 불로장생을 누린다는 원시신앙도 있다.

박인규 공원녹지관리사업소장은 “지난해부터 개구리가 남산에서 일부 목격되면서 개구리의 천적인 뱀까지 나타나는 등 남산의 생태계가 되살아나고 있다.”면서 “그러나 자연을 자신의 소유물로 만들려는 일부 시민들 때문에 좋아진 생태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 1990년 ‘남산 제모습찾기’를 통해 남산에 개구리의 존재를 확인했으나 이후 개구리의 존재여부에 대한 조사를 한 적은 없어 아직까지 공식적인 자료는 없다.남산은 지난 2001년 한 환경단체가 개구리 생태지도를 만들면서 ‘잠재 서식지’로만 분류됐다.개구리는 환경지표동물로 그 지역의 생태환경지수를 나타낸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남산에 개구리알이 나타났다는 것은 자연생태계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서 “적극적인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종기자 bell@˝
2004-03-20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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