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공동정부 준비위원장’ 제안받아…“의견 맞으면 수용”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28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를 사실상 지원하기로 하면서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치는 ‘키 플레이어’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안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대표에게 ‘개혁 공동정부 준비위원장’직을 제안했다고 밝혔고, 김 전 대표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의견이 맞으면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탈당 이후 “킹 메이커는 더 하지 않겠다”며 직접 대선에 나서는 방안을 택했지만, 이내 지지율의 한계를 절감하며 일주일 만에 출마를 접었다.
그랬던 그가 돌고 돌아 사실상 안 후보의 ‘킹 메이커’로 나서게 된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자신의 통합정부 구상을 안 후보가 전폭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나라가 이상한 상황에 놓여 있는데, 다음 정부가 정상적으로 발전할 터전을 만드는 데 기여해보겠다는 것”이라고 결심 계기를 밝혔다.
김 전 대표가 안 후보가 내민 손을 잡게 된 배경에는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와의 틀어진 관계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월 김 전 대표는 문 후보의 ‘삼고초려’로 민주당의 비대위 대표로 ‘구원등판’했지만, 문 후보와의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특히 총선 승리 이후 8·27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심 합의 추대를 기대한 김 전 대표와 이에 반대하는 문 후보가 대립하면서 두 사람 관계는 한없이 소원해졌다.
그 뒤 ‘불안한 동거’를 이어오던 김 전 대표는 결국 문 후보와는 같은 당에 있을 수 없다며 비례대표 의원직을 던지고 탈당했다.
그 후 김 전 대표는 문 후보의 집권으로는 국가가 정상화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혀왔다.
반면, 안 후보에 대해 내렸던 박한 평가는 차츰 호의적으로 변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안 전 대표에 대해 “의사를 하다가 백신 하나 개발했는데 경제를 잘 알겠나”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대권 도전 선언을 즈음한 지난달에는 “합리적인 사람”이라면서 손을 내미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 전 대표는 국민의당에 입당은 하지 않되, 외곽에서 안 후보가 ‘개혁 공동정부’ 구상안을 완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내 ‘의견 합치’를 이루는 세력이 있다면,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김 전 대표의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의 집권 시 차기 정부의 총리직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김 전 대표는 “나는 자리를 전제로 하고서 일을 하지는 않는다”라고 일축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표의 ‘킹 메이커’ 등판이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전 대표 스스로 “누군가가 꼭 된다는 확신이 든다면 지원할 수 있다”라고 밝힌 바 있어, 그가 안 후보의 하락세를 멈출 ‘묘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