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들에게 가정 내 돌봄노동과 사회 참여를 동시에 잘 해내는 ‘슈퍼우먼’이 되라고 주문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1면 사설에서 북한 여성들을 향해 “가정의 협소한 울타리 안에서 변천하는 시대와 현실을 관망하는 관조자” 입장에서 탈피하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여성들에게 “훌륭한 가풍과 국풍을 이어주며 나라를 떠받드는 믿음직한 고임돌이 되어야 한다”며 “나라에 보탬을 주는 일감들을 더 많이 찾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가정의 주부로서, 며느리로서, 안해(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책임을 항상 자각하면서 시부모들을 잘 모시고 남편과 자식들이 국가와 사회 앞에 지닌 본분을 훌륭히 수행해나갈 수 있게 정성을 다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또 다른 기사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최고지도자들이 여성의 지위 향상에 기울인 노력을 찬양하고, 자본주의 국가 여성들이 겪는 육아에 따른 경력단절과 성차별 등을 거론하며 북한이 여성에게 살기 좋은 곳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은 앞서 3∼7일 평양 청춘거리 송구경기장에서 여성의 날을 맞아 평양시 여맹 체육대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과 달리 북한 여성의 실질적인 지위는 높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여성이 장마당 활동을 통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경우가 늘었지만 정작 가사·양육 부담은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2017∼2019년 탈북한 북한 양강도 혜산시 출신 남녀 30명씩 총 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 이상이 여성이 가사노동을 떠맡는다고 답했다. 양육의 경우도 ‘주로 아내가 한다’는 응답이 68%에 달했다.
정치참여 또한 미미한 수준이다.
통일연구원은 지난해 공개한 ‘북한인권백서 2021’에서 “여전히 남존여비와 정형화된 성역할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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