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천안함 책임있는 조치 취해야 5·24 조치 해제 변함 없어”
북한이 지난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공동합의문’을 발표한 직후 내부 강연을 열어 “남한이 심각한 교훈을 얻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것으로 26일 전해졌다.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당의 지시 아래 각 도는 물론 각급 기층 당 조직인 당 초급단체, 청년동맹, 여성동맹, 근로단체동맹 등 산하 조직들마다 긴급 강연회, 토론회를 열어 남한이 ‘백기투항’한 것처럼 내부 선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단호한 결단력에 남한이 굴복한 것처럼 묘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문 두 번째 조항인 북측의 ‘유감’ 표명에 대해서도 상대방의 불행에 대해 ‘안됐다’ 정도의 ‘위로’ 의미로 축소해 설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그동안 이번 긴장 격화의 책임이 남측의 있지도 않은 ‘북한 지뢰 도발’ 주장에서 비롯됐다며 지뢰 도발을 남측의 ‘자작극’ ‘모략극’으로 몰아갔다. 황병서 총정치국장도 25일 조선중앙TV에 출연해 “(남측이) 근거 없는 사건을 만들어 가지고”라는 말로 남측의 모략극이라는 기존 주장에 변함이 없음을 주민들에게 주입시켰다.
황 총정치국장의 브리핑에 대해 김정은 체제 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주민 여론을 의식한 조치와 맥을 같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 간 긴박한 상황이 풀리게 된 과정을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가진 셈인데 과거엔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인 행위다.
한편 정부는 향후 회담에서 북한이 5·24 대북 제재 조치를 거론할 경우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5·24 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2015-08-27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