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같은 ‘2인자’ 불허…당 조직지도부의 군 통제 강화 전망
북한에서 장성택 처형 이후 이른바 2인자의 존재가 사라지고 ‘군(軍) 황병서-민(民) 최룡해’의 구도가 만들어지는 양상이다.北 최고인민회의 제13기 2차회의 주석단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5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2차 회의에 이례적으로 불참했다. 노동신문은 26일자 1면에 최고인민회의 주석단 사진을 실었다. 아래는 주석단 앞줄명단(왼쪽부터)이다.
-강석주(당비서), 양형섭(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허종만(총련중앙상임위원회 의장), 최룡해(당비서), 김기남(당비서), 박봉주(내각 총리),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병서(군 총정치국장), 현영철(인민무력부장), 리영길(총참모장), 박도춘(당비서), 최영림(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예부위원장), 리용무(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김원홍(국가안전보위부장)
노동신문
-강석주(당비서), 양형섭(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허종만(총련중앙상임위원회 의장), 최룡해(당비서), 김기남(당비서), 박봉주(내각 총리),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병서(군 총정치국장), 현영철(인민무력부장), 리영길(총참모장), 박도춘(당비서), 최영림(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예부위원장), 리용무(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김원홍(국가안전보위부장)
노동신문
황병서는 지난 4월 말 군 총정치국장과 차수에 오른 데 이어 이달 25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2차 회의에서 총정치국장에 걸맞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임됐다.
그는 올해 3월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에서 제1부부장으로 승진했고, 4월 초 대장으로 진급한 사실이 확인된 데 이어 같은달 차수 계급까지 오르고 나서 군 총정치국장이 되는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군에서 최고사령관인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뒤를 잇는 최고 실력자인 그는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 부위원장에 올라 그야말로 군부 내 위상을 공고히 했다.
반면 황병서에게 총정치국장 자리를 내준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국방위 부위원장에서도 물러남으로써 아예 군복을 벗었다.
그러나 최룡해가 민간인의 신분으로 돌아왔지만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노동당 근로단체 담당 비서는 당비서 중에서도 서열이 낮지만 근로단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은 김정은 체제의 근간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북한이 청년동맹 초급일꾼대회 등을 열고 청소년 사상교양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들 계층이 김정은 체제를 유지하는 데서 가지는 중요성 때문이다.
김정일 체제의 2인자였던 장성택도 청년사업을 통해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작업을 주도하면서 힘을 키웠다.
더욱이 최룡해는 장성택이 맡았던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을 맡아 ‘스포츠광’인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가장 중시하는 체육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그가 위원장으로 있는 국가체육지도위는 김기남·최태복·김양건 당비서와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권력 핵심들이 모두 위원에 포함됐을 정도로 막강한 조직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룡해가 비록 군복을 벗고 공식 서열에서도 밀려나긴 했지만 여전히 김정은의 신임을 받는 실력자로 보인다”며 “북한 같은 체제에서는 서열보다 최고지도자의 신임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북한 권부에서 이 두 사람의 존재는 김정은 체제의 권력구도 변화를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두 사람 모두 김정은 체제를 이끄는 실력자이지만 그 위상이 전임자들과 비교해 낮아졌다고 할 수 있다.
1998년 김정일 체제 출범과 함께 최고통치기구로 급부상한 국방위의 제1부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은 조명록과 장성택 등 당내 최고 거물급이 차지했다.
특히 장성택은 군 경력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막강한 신임을 받는 친인척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절대권력을 누렸다. 그러나 결국 ‘권좌를 탐한’ 죄로 처형됐다.
이 때문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그의 후계체제 구축과 집권과정에서 막중한 역할을 했던 장성택을 처형한 후 주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그 누구에게도 권력을 집중시키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룡해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 회의에서 국방위 부위원장에 선출되고 불과 보름 만에 군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난 것도 단순히 건강 문제나 어떤 잘못 때문이라기보다는 자신 이외에 권력집중을 막으려는 김 제1위원장의 의중을 반영한 조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황병서는 전임 국방위 부위원장과 같은 정치적 위상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황병서의 국방위 부위원장 선임은 김정일 체제에서 막강해졌던 군부의 힘을 빼고 군부에 대한 당 조직지도부의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 조직지도부 출신이 군 수장에 올라 군부를 장악함으로써 군부 내 정통 군인들의 힘은 약화하고 조직지도부의 역할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대북소식통은 “당 조직지도부는 김정일 통치 시절에도 막강했지만, 군부를 중시하고 군 핵심 측근들을 각별히 챙긴 김정일의 눈치를 살피면서 함부로 그들을 다루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김정일 시대를 주름잡던 군 실세들이 한직으로 물러나고 수뇌부가 자주 교체되면서 군부의 힘이 예전보다 현저히 약해졌다는 것이다.
결국 김 제1위원장은 군에는 황병서 총정치국장, 민간에는 최룡해 당 비서를 내세우는 쌍두마차 체제를 통해 ‘노동당 중심’의 정치 시스템을 만들며 자신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해가는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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