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 올리고 있던 北 여성, 단속반원 다가오자…

치마 올리고 있던 北 여성, 단속반원 다가오자…

입력 2014-03-11 00:00
수정 2014-03-1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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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 용모 단속 대폭 강화…기강 확립 차원인 듯

북한의 장마당 등에는 치마를 위로 훌쩍 걷어올려 하체를 드러내 놓고 있는 여성이 많다. 치마를 허리춤에 붙여 고정시킨 것으로 이를 규찰하는 단속반과의 숨바꼭질이 벌어지곤 한다. 북한 당국의 과도한 여성 패션 규제 때문이다.

북한 젊은이들이 헐렁한 바지를 입고 짧은 머리를 하고 규찰대를 피해 다니느라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규찰대, 뺑대바지·장발 엄정 단속’이란 기사를 통해 최근 보도했다.

RFA는 함경북도 국경 지방에 여행 나온 북한 대학생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이 대학생은 “요즘 자본주의 사상 문화를 뿌리 뺀다고 평양 시내 도처에 규찰대가 쫙 깔렸다. 엉치가 드러나게 바지를 입고 다니는 여성들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학생은 “규찰대들이 단속된 여성들의 시민증 번호와 손전화 번호, 집주소까지 일일이 적어 가서 아침 새벽에 3방송(주민 내부 방송)에서 불어 망신시키고 있다. 그러면 해당 직장과 학교에서는 단속된 여성을 비판 무대에 세워놓고 사상 투쟁을 벌여 수치심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2009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등장한 후 여성들에게 바지를 입게 허용하자 젊은 대학생들은 한국 드라마에서 나오는 청바지처럼 뺑뺑하게 만들어 입고 다녔다”고도 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부터 북한 당국이 “여자들이 야하게 입고 다니는 현상은 자본주의식이라면서 헐렁하게 입고 다니라”고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학생은 “젊은 여성들은 머리카락이 어깨에 조금만 닿아도 규찰대의 단속 대상이 되고 있으며 김정은의 젊은 아내(리설주)가 커트 머리를 하고 나온 것도 긴 머리를 통제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짧게 자르고 나온 것”이라고 추정했다.

평양 일대를 중심으로 불어닥친 단속은 지난해 여름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은하수 관현악단 예술인들의 음란물 유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 평양시 젊은이들이 자본주의 생활문화에 푹 절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북한 지도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정은 제1위원장은 노동당과 공안기관에 강력단속을 주문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앞서 탈북자 인터넷 매체 ‘뉴포커스’(www.newfocus.co.kr)도 요즘 북한에서 주민들의 용모 단속에 대한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뉴포커스는 최근 ‘北 젊은 여성 “강연이 좋은 이유!”…치마바지? 원조는 북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한 정권이 주민 단속을 위해 각종 강연회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젊은 여성들은 이를 오히려 최신 유행 정보 습득의 창구로 이용한다고 보도했다.

뉴포커스는 기사에서 “북한의 강연회에서 옷차림 단속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최신 유행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어떤 옷을 입고 다니는지, 머리 모양은 어떻게 하는지 다양한 단속 사례를 말해 주는데 도리어 내가 모르던 최신 유행을 알게 된다”고 한 탈북 여성 최희영(가명)씨의 말을 전했다.

특히 아무리 단속을 강조한다고 해도 북한의 여성들은 일관되지 않고 흐지부지 되어버리는 분위기 탓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단속을 피해가는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지 위에 치마를 입는 것이라고 한다.

혜산 출신의 탈북자 김주미(가명)씨는 “한때 여자들에게 무조건 치마를 입고 다니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장사하는 입장에서 치마는 일하기에 불편하다. 그래서 바지를 입은 후 치마를 입고 둘둘 말아서 허리춤에 맨다. 만약 단속을 당하면 바로 풀어서 치마를 내리면 된다”고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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