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실종·사망자 인증제도’ 탈북자 가족에도 적용될 듯
북한에 아내를 남겨두고 탈북한 남성 A씨는 우여곡절 끝에 5년이 지나 재입북했다. 그런데 아내는 재혼한 상태였다. 아내와 재결합을 원하는 A씨는 법적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을까.북한 김일성종합대학 학보 최신호(2013년3호)에 따르면 A씨가 아내와 다시 가정을 이루는 것은 법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학보에 실린 ‘소재불명자와 사망자 인증제도’라는 제목의 논문은 오랜 기간 행방이 묘연한 주민을 소재불명자(실종자)나 사망자로 인증하는 절차와 이들의 재산과 가족에게 적용되는 법규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북한에서 탈북자는 대부분 소재불명자나 사망자로 처리되기 때문에 이 법규는 탈북자와 그 가족에게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논문에 따르면 북한은 주민이 ‘사는 곳이나 거주지를 벗어나 아무런 소식이 없는’ 상태가 3년을 넘어서면 가족이나 채권·채무자 등 ‘이해관계자’의 신청을 받아 그를 소재불명자로 인정한다.
5년 이상 소식이 끊겼거나 소재불명자로 인정된 후에도 2년이 넘도록 소식이 없으면 사망자로 인정된다.
소재불명자의 재산은 ‘법정 대리인’이나 당국이 정하는 ‘재산 관리인’에게 맡기지만 가족관계는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사망자의 경우 재산은 가족 등에게 상속되며 결혼을 포함한 가족관계도 종결된다.
이 때문에 소재불명자가 다시 나타나면 과거 재산·가족관계를 쉽게 회복할 수 있지만 사망자로 인정된 주민이 살아 돌아올 때 문제가 복잡해진다.
특히 사망자로 인정된 주민이 나중에 살아 돌아왔는데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재혼했거나 자녀가 입양됐다면 이들과 과거의 가족관계를 회복할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탈북자가 단신으로 북한을 빠져나온 경우 북한에 남아있는 배우자가 재혼을 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 듯 북한은 사망 인정자의 가족이 재혼이나 입양으로 새로운 가족관계를 형성하면 사망 인정자가 뒤늦게 살아 돌아와도 과거의 가족관계를 회복할 수 없도록 법에 규정한 것이다.
특히 김일성종합대학 학보가 소재불명자와 사망자의 재산·가족 관련 법규를 이처럼 상세히 소개한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북한 주민의 탈북과 재입북이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복잡다단한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할 필요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법 전문가인 최은석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는 “북한에서 사망 인정자가 살아돌아와도 그의 가족이 결혼이나 입양을 통해 맺은 새로운 가족관계를 취소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북한에 남은 사람들의 삶의 안정성을 보장하려는 장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