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출범한 개성공단 남북공동위 사무처 24시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4층에 임시로 둥지를 튼 남북공동위원회(공동위) 사무처는 남북 당국자들의 ‘어색한 동거’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지난 9월 30일 출범 이후 공동위 사무처에서는 주 1회 남북 사무처장 간 회의가 열리고 매일 오전 9시 30분 실무 협의가 이뤄진다. 남북 사무실이 붙어 있어 365일 접촉이 가능한 것은 물론 화장실에 가거나 담배를 피우러 가다가도 마주친다. 아직 소주잔 한 번 기울이지 못했지만, 과자와 음료수를 놓고 간담회를 두 번 정도 여는 등 서먹함은 덜었다.우리 측 사무처 관계자는 19일 “북측도 개성공단의 정상화에 성의를 갖고 있다는 걸 느낀다”면서 “입주기업의 애로를 해결하는 문제에 대해 북측도 자주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무처장 회의를 일주일에 한 번 40분~1시간씩 하는데 (북측의) 대남 비방, 대통령 비방 등 현안이 나올 때면 언성을 높이고 분위기가 험악해질 때도 있다”면서 “그럴 때마다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당시 ‘정세에 영향을 받음이 없이’ 하기로 하지 않았느냐는 말 한마디만 해도 북측이 자제를 한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제도개선 등 주요 현안을 다루는 사무처의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우리 측은 보통 오후 7시까지 근무하지만 북측은 오후 5시면 ‘칼퇴근’(정해진 시간에 퇴근)한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우리 측은 사무실에서 7~8분 거리에 임시숙소가 있지만 한 명은 야전침대를 펴놓고 숙직한다. 북측은 모두 인근 숙소로 퇴근한다. 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는 서로 무전기로 연락하거나 북한 측 숙소로 뛰어가 접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이날부터 상주 인원을 3명 더 늘렸다.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의 합의 사항 중 현재까지 유일하게 이행되고 있는 사무처는 2010년 5월 폐쇄된 남북경협사무소의 명맥을 잇는 당국자 간 상시 협의 채널이다. 이 관계자는 “전에는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의 지휘를 받아 우리 측 인원으로 구성된 관리위원회가 집행하는 구조였고, 지금은 개성공단을 남북이 공동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무처가 남북 협력의 ‘매파’(媒婆·중매인)이자 개성공단을 공동 운영해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는 ‘산파’, 개성공단이 살아 숨을 쉬도록 하는 ‘허파’, 개성공단 체류인원의 동반자 역할을 하는 편안한 ‘소파’ 등 ‘4파’ 역할을 수행한다”고 덧붙였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13-11-20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