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소서 수당 대폭 인상해 임금 현실화”
북한이 최근 ‘경제관리 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가운데 일부 기업소 등 생산단위에서 근로자의 임금을 시장물가에 맞춰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린다.북한의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에서는 ‘임금’이나 ‘노임’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대신 ‘생활비’라는 표현을 쓰고, 생활비는 ‘기본급+수당’의 형태로 이뤄져 있다. 수당에는 상금, 장려금, 가급금 등이 있다.
기본급 또는 기본생활비는 북한 당국이 직업군 별로 상한선을 정해주며 수당은 기관·단위별로 자율적으로 지급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수당이 기본급의 100%를 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일부 생산단위에서 당국이 정해준 기본급은 유지하면서 수당을 기본급의 최고 100배까지 지급하는 방식으로 근로자의 전체 생활비(임금)를 시장물가에 맞춰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인터넷매체 ‘데일리NK’는 6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무산광산, 김책제철소, 성진제강소 노동자들이 북한 돈 3천∼4천 원이었던 기존 임금의 100배에 달하는 30만 원 상당의 물품과 현금을 생활비로 받았다고 전했다.
현재 북한 시장에서 쌀값이 ㎏당 5천∼6천 원인 점을 고려하면 한 달 생활비로 50∼60㎏의 쌀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옌볜천지공업무역회사가 채굴권을 가진 무산광산은 철광석을 중국에 대량 수출하면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으며 청진에 있는 김책제철소 역시 선철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 출신인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는 “새로운 상금제도의 도입으로 근로자의 생활비가 대폭 오른 것”이라며 “북한 당국은 이미 작년 말부터 대형 국영기업소에도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북한의 새로운 상금제도에 대해 “근로자의 기본급은 여전히 국가가 정한 평균 3천 원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상금 등 수당을 기본급의 50∼100배로 인상해 전체적인 생활비를 올리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김책제철소에서 가장 생산실적이 좋은 ‘충성로’ 직장 노동자들이 작년 말 한 달 생활비로 북한 돈 25만 원을 받았고 공예품을 중국에 수출하는 청진시 포항구역 미술공예제작소에서도 기능공들에게 급수에 따라 10만 원에서 25만 원까지 줬다는 것이다.
개인들이 투자해 운영하는 식당, 상점 등과 각 기관이 운영하는 외화벌이 회사에서는 이미 2∼3년 전부터 종업원 생활비를 시장 물가에 맞춰 지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작년 12월 탈북한 청진 출신의 A씨는 “작은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도 한 달 노임을 7만∼10만 원씩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상금제도의 ‘혜택’을 누리는 근로자는 생산단위, 특히 돈을 잘 버는 공장·기업소에 국한된 것으로 보인다.
또 인민보안부를 비롯한 권력기관은 자체 외화벌이를 통해 돈을 벌어 보안원과 공무원들에게 대폭 인상된 ‘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생활비를 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 대표는 “결국 생산단위도 아닌데다 힘도 없는 학교와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실질 생활비가 가장 낮다”라며 “그래서 교사는 학부모에게서, 의사는 환자에게서 돈을 뜯어내 생활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