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시대는 신년공동사설로 대체
북한은 매해 신년사를 통해 전년도에 이룩한 성과를 평가하고 해당 연도의 정치·경제·사회·군사·대외·대남 분야의 정책 방향을 제시해왔다.올해로 68회째를 맞는 이번 신년사의 가장 큰 특징은 지난해 4월 노동당과 국가기구의 최고지도자로 등극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첫 육성 신년연설이었다는 점이다.
북한이 신년사를 최고지도자의 육성 연설을 통해 발표한 것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후 19년 만에 있는 일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전 8시50분께 “김정은 원수님께서 2013년 새해에 즈음하여 하시는 신년사를 보내드리겠다”고 예고하고 나서 9시5분께부터 사전에 녹화한 것으로 보이는 김 제1위원장의 육성 신년연설을 방영했다.
김 제1위원장 연설 중간에 노동당 청사 사진이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미뤄 신년연설 녹화는 김 제1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청사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당 깃발을 배경으로 노동당 마크가 새겨진 연단 앞에 선 채 담담한 목소리로 신년연설을 하는 김 제1위원장의 모습은 흡사 젊은 시절의 김 주석을 방불케 했다. 최고지도자의 육성 신년연설 부활은 김 주석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선대 지도자들보다 정치적 카리스마가 부족한 김 제1위원장이 대중적 기반 확립과 체제 안정을 위해 헤어스타일과 인민복 복장, 주민과의 과감한 스킨십 등에서 할아버지 김 주석을 모방했다는 점에서 이번 육성 신년사 발표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김일성 주석은 생전에 신년사를 주로 자신의 집무실인 금수산의사당(1977년 준공)에서 발표했다. 김 주석은 해방 이듬해인 1946년에는 북조선공산당 책임비서의 자격으로 ‘신년을 맞이하면서 전국 인민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첫 신년사를 발표했으며 1947년에는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1948년에는 북조선인민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1948년 9월 정권을 수립하면서 내각 수상에 오른 김 주석은 이듬해인 1949년부터는 북한 최고 지도자의 자격으로 신년사를 발표, 1966년과 1970년 노동신문 사설로 신년사를 대체한 것을 제외하고 매해 육성 연설을 통해 신년사를 발표했다.
반면 대중 앞에 자신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김 주석과 달리 ‘은둔의 지도자’라 불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기 북한은 1995년부터 작년까지 매해 노동신문(노동당 기관지), 조선인민군(군보), 청년전위(청년동맹 기관지) 3개 신문의 공동사설 형식으로 신년사를 발표해왔다.
한편 김 제1위원장의 첫 육성 신년연설 시간은 21분 30초로 김 주석의 평균 신년연설 시간에 비해 짧았다. 1990년에는 42분, 1991년에는 50분이었던 김 주석의 연설시간은 1992년에는 37분, 1993년과 1994년에는 25분과 26분으로 단축됐지만 김 제1위원장의 연설 시간보다는 길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