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강행할 경우 한반도 긴장 급속 고조안보리 논의 불가피..中 행보 주목
북한이 김정은 체제 출범의 ‘축포’로 쏘아올린 광명성 3호 위성을 탑재한 은하 3호 로켓 발사가 실패로 끝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이 증폭되고 있다.특히 북한이 로켓 발사 강행에 이어 3차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 긴장은 급속히 고조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강도높게 비난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한ㆍ미ㆍ중ㆍ러의 정권교체기와 맞물린 한반도 주변 정세로 인해 긴장과 대립의 강도는 언제든 달라질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
◇ 발사 배경 = 북한이 국제사회의 비난과 우려, 비핵화 및 영양제공을 골자로 한 북미간 2ㆍ29 베이징 합의 무산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로켓 발사를 강행한 것은 김정은 체제의 조기 안정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웅변으로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29살 새 지도자로의 권력이양에 대한 북한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고 내부를 급속히 정비해야할 필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이번 로켓 발사가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15일)을 앞두고 외국 언론인들을 대거 초청한 가운데 과시용 이벤트로 치러진 것도 이를 방증하는 것이다.
11일 치러진 제4차 노동당대표자회에서 당 규약을 개정해 김정은을 노동당 제1비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에 추대하고 13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장직 추대를 예고함으로써 공식적인 권력승계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로켓이 발사된 것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25일 인민군 창건 80돌 행사까지 겹쳐진 일련의 ‘4월 행사’는 3대세습 완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로켓 발사는 그 ‘축포’ 격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포가 불발탄이 되면서 북한의 노림수는 상당부분 퇴색될 수 밖에 없게 됐다.
◇ 핵실험 강행 가능성 = 북한측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 로켓 발사가 성공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지만, 국제사회가 확인한 실패 사실을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지도 불분명해 오히려 체제 불안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를 덮기 위해 핵실험 강행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나름대로 전략적인 일정과 목표를 수립해 놓고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핵미사일 개발을 전술적으로 앞 순위에 놓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실패든, 성공이든 유엔 안보리 논의가 규탄이나 제제 쪽으로 결론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북한은 결국 핵실험쪽으로 갈 것으로 본다”면서 “북한이 미국의 식량지원까지 포기하면서 로켓을 발사했기 때문에 핵실험을 안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실험까지 갈 경우 올 상반기 까지는 한반도 주변 정세가 경색국면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로 약속된 식량지원 철회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현재의 남북관계로 봤을때 개선되기는 커녕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재선을 앞두고 북한 문제를 실패로 규정하는 데 따른 부담감으로 대화 모멘텀을 마련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 한반도 정세 = 김정은 체제 출범후 첫 공식 사업으로 꼽혀온 로켓 발사 강행으로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당장 안보리가 이날 저녁 11시(한국시간) 긴급 회의를 소집한 상태이며, 강도높은 결의안이나 의장성명 채택이 유력시되고 있다.
다만 그동안 ‘북한 감싸기’를 보여온 중국의 태도가 변수다. 중국 정부는 북한 로켓 발사에 우려의 뜻을 표명해 왔지만, 막상 안보리 논의가 시작되면 ‘쌍방의 자제’를 촉구하는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으로서도 내부 결속을 위해서는 ‘외적 역경’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같은 대치 국면을 오히려 반길 수도 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은 이번 4월 잔치 이후에 체제정비 단속을 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외부로부터의 역경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서 “또한 한반도 관련국들이 정권교체기에 있기 때문에 올해 1년은 제제와 반발이 되풀이 되다가 내년에 새로운 모멘텀을 기다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로켓 발사 실패로 인해 오히려 대화국면 조성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실패한 것으로 결론이 나면 북한이 뭔가 대화쪽으로 분위기를 전환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그간 북한이 로켓 발사이후 핵실험으로 한층 역내 긴장을 끌어 올린 뒤 북미 대화나 6자회담에서 자신들의 협상력을 제고시켜왔던 전례에 비쳐 볼때 이번 로켓 발사 역시 협상력 강화 차원의 목적이 있는 만큼 일정 기간 이후 대화 국면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