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ㆍ장쩌민 회동은 ‘공식’

김정일ㆍ장쩌민 회동은 ‘공식’

입력 2011-05-23 00:00
수정 2011-05-2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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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누구도 확인못할 것”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불원천리(不遠千里) 양저우(揚州)를 간 이상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의 회동은 일종의 공식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런 사실을 확인하지 못할 것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이 23일 전한 말이다.

이는 극도의 폐쇄성을 보이는 북한과 중국의 실정을 그대로 드러낸 표현이다.

이 소식통은 23일 “중국 외교무대에서 아무리 재주가 좋아도 김정일 위원장과 장쩌민 전 주석이 언제 어디서 얼마동안 만난 것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했다.

이런 탓에 김정일 위원장이 현직이던 장쩌민 주석과 잇따라 회담했던 2000년, 2001년, 2004년 방중을 제외하고, 네번째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시절인 2006년 방중 때에 장 전 주석과 ‘별도로’ 만난 사실을 첫 보도한 매체는 홍콩 명보였다.

당시 홍콩 명보는 확정적이 아닌 “알려졌다”는 수준으로 “김 위원장이 2006년 1월 10∼18일 일정으로 방중한 가운데 1월 12∼13일 광저우(廣州)에서 장 전 주석과 회동했다”고 보도했고, 우리나라 매체들도 이를 인용 보도한 적이 있다.

이 홍콩 명보 보도에 따르면 장쩌민 주석은 1월 12일에 김정일 위원장에게 환영식을 베풀고, 그 다음 날도 시간을 함께 했다고 적혀 있다.

베이징의 다른 소식통은 “김정일 위원장과 장쩌민 전 주석 간의 끈끈한 관계로 볼 때 양저우에서도, 장쩌민 전 주석이 2006년 때와 같은 ‘의전’을 베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1월 네번째 방중에서는 개혁개방 신천지로 불리는 광둥(廣東)성 광저우ㆍ선전(深천<土+川>)ㆍ주하이(珠海), 그리고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ㆍ우창(武昌)을 둘러봤다. 이 때 장쩌민 전 주석은 김정일 위원장이 광저우에 도착하자마자 환영식을 베푼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현지에서는 2006년 방중 사례를 볼 때 김정일 위원장이 다소 늦은 시간대인 22일 오후 7시 54분(한국시간 오후 8시 54분)께 양저우역에 도착하긴 했지만 장쩌민 전 주석의 환영행사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방중에서 특별열차로 투먼(圖們)-무단장(牧丹江)-하얼빈(哈爾濱)-창춘(長春)-양저우 구간, 3천㎞를 ‘무박3일’간 달려온 70세의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과 병원을 들락거리는 것으로 알려진 84세의 장쩌민 전 주석의 처지를 감안할 때 2006년 때와는 다른 식의 회동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지에서는 김정일 위원장과 장쩌민 전 주석이 이날 중에 고(故) 김일성 주석의 흔적이 남은 사가법(史可法) 기념관 동행 등의 행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점은 김정일 위원장과 장쩌민 전 주석 간 관계가 아무리 가깝다고 하더라도 3천㎞를 달려온데는 뭔가 사정이 있고, 그게 장쩌민 전 주석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데 있다. 옛 정을 나누기 위해 왔다기보다는 급한 속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후진타오 주석의 초청으로 방중한 김정일 위원장이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양저우로 장쩌민 전 주석을 찾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북중 간에 ‘껄끄러운’ 이슈인 북한의 3대 권력 승계와 관련해 ‘장쩌민 카드’로 우회하려는 시도라는 얘기다.

사실 북한의 현실적인 차기 권력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삼남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위원회 부위원장의 권력승계를 인정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후진타오 주석을 정점으로 한 현 지도부는 ‘3대 세습’을 인정한다는 국제적 비난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중국의 현 지도부는 전 권력인 장쩌민 전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 간의 만남을 묵인하는 방법으로,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려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물론 김정일 위원장으로서도 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여전히 ‘현실권력’인 장쩌민 전 주석의 지지로도 만족할 수 있다.

장쩌민 전 주석은 1997년 덩샤오핑(鄧小平) 사망후 권력을 완전히 이양받은 뒤 2004년 9월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사임하고 2선으로 후퇴하고서도 상하이방의 대주주이다. 아울러 내년 10월 제 18차 당대회에서 중국의 차기 최고지도자로 유력시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은 상하이방 계열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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