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회담복귀 천명 가능성에 한·미 대응 주목…“회담 직결 어렵지만 장기적 긍정신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3일 방중 길에 오른 것으로 확인되면서 16개월째 표류하고 있는 북핵 6자회담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 기간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장기 휴업상태에 빠진 북핵 6자회담의 복귀를 천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정일 위원장만이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고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 수뇌부를 만난 김 위원장이 회담 재개를 바라는 중국의 희망을 저버릴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북핵 현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과거에도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바뀐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BDA(방코델타아시아) 제재’를 통해 북한을 향한 국제사회의 금융제재가 본격화되던 2006년 1월 방중한 김 위원장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에서 미국의 금융제재를 6자회담의 난관으로 지적하며 6자회담 진전을 위해 중국과 함께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화폐개혁 실패로 말미암은 심각한 경제난 타개를 위해 중국의 경제지원이 절실한 북한으로서 6자회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 역시 이런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 소식통은 “중국도 6자회담이 16개월 넘게 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을 무거운 짐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계속 거부한다면 중국으로서도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김 위원장이 중국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확약하기보다는 한반도에 대한 비핵화 의지만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비핵화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밝히면서 이를 위해 6자회담 참여 등을 고려하겠다는 수준의 언급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언급이 있더라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해제 등을 회담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북한의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북한이 6자회담에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경우 중국은 구체적인 일정을 관련국에 회람하는 절차를 통해 6자회담 재개의 본격 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과 미국 양국이 천안함 침몰 사건과 6자회담을 연계하고 있어 이 같은 북한과 중국의 움직임이 곧바로 회담 재개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천안함 사건 원인이 분명하게 규명되기 전까지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없다는 게 한.미 양국 정부의 공통된 입장”이라며 “김정일 위원장이 회담 복귀 천명이 회담 재개로 직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재 미국 워싱턴은 천안함 사건의 직접적 피해를 입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감안해 조사결과 발표 이전까지 북.미대화를 피하고 6자회담 재개도 그 결과와 연계하려는 분위기라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선언과 그에 따른 중국의 회담 재개 움직임이 본격화할 경우 미국의 입장은 바뀔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미.중 간에는 6자회담의 조기 재개에 대한 큰 틀의 컨센서스가 형성돼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이 지난달 29일 전화통화를 갖고 6자회담 재개문제를 심도 있게 협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또 한.미 양국이 천안함 사건과 북한이 연루됐음을 입증할만한 증거를 찾지 못하거나 조사결과 발표가 계속 지연된다면 6자회담 의장국 중국을 중심으로 6자회담 재개를 추진하고,미국도 이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정부도 천안함 변수를 명분으로 6자회담 재개를 가로막을 동력을 잃을 수 있다.
결국 천안함 사태가 단기간에 정리되지 못할 경우 6자회담과 천안함 사태는 투 트랙으로 분리되면서6자회담 재개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른 당국자는 “정부로서는 천안함 사건 원인 규명과 그에 따른 대응조치가 빨리 이뤄져야 6자회담을 속히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천안함 사건의 원인 규명이 늦어지면서 시간이 계속 흘러갈 경우 다른 국면이 조성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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