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ㆍ문재인, 대선공약 경쟁 본격화

박근혜ㆍ문재인, 대선공약 경쟁 본격화

입력 2012-11-25 00:00
수정 2012-11-25 16:4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朴-文, 정치쇄신ㆍ경제민주화 수위差대북ㆍ교육 공약서도 해법 차이..여성정책 아이디어 쏟아져

18대 대선구도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양자대결로 압축되면서 박ㆍ문 후보의 공약 경쟁이 본격화했다.

두 후보는 정치쇄신과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복지 강화 등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16대 대선 당시 ‘신행정수도’, 17대 대선의 ‘한반도 대운하’처럼 여야 후보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대형 쟁점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두 후보가 각 정책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에서 적지 않은 차이점을 보이고 있어 향후 대선후보자 TV토론 등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더구나 주요 쟁점에서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중간지대’에 놓였다는 평가를 받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함에 따라 박ㆍ문 진영의 정책 차별성이 더욱 선명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쇄신..‘의원정수 조정ㆍ공수처 신설’ 이견 = ‘고비용 저효율’ 정치구조를 개혁하고 불신의 늪에 빠진 한국정치의 탈출구를 모색하기 위한 정치쇄신은 대선의 주요 어젠다 가운데 하나다.

박ㆍ문 후보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총리의 권한을 보장하고 중앙당의 권한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나란히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 보장 ▲국회의원 공천 국민참여경선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등이 ‘공통분모’다.

그러나 다른 이슈에서는 상당한 이견이 있다.

국회의원 권한 축소와 관련, 박 후보는 의원연금 폐지와 불체포특권ㆍ면책특권 제한 등을 약속했으나 문 후보는 국회의원의 영리목적 겸직금지와 국회의원 세비심의회 설치 등을 제안했다.

국회의원 정수에서도 문 후보는 비례대표 의원을 100명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박 후보는 의원직 정수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상태다.

대통령의 친인척ㆍ측근비리 근절책에서도 박ㆍ문 후보의 공약은 차별화된다.

박 후보는 현재의 제도특검을 보완해 상설특검이라는 새로운 기구를 설치, 고위공직자 또는 대통령 친인척ㆍ측근 비리를 수사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문 후보는 대검찰청 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상대적으로 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정치쇄신의 핵심으로 꼽히는 개헌 문제에 대해선 두 후보 모두 ‘4년 중임제’의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후속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민주화..재벌개혁서 노선차 = 박ㆍ문 후보 모두 양극화 심화가 서민의 삶을 짓누르고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후보는 일제히 경제민주화를 최대 화두로 내세웠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고성장ㆍ고효율 경제에서 소외된 계층의 표심을 붙잡겠다는 포석이다.

박ㆍ문 후보는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근절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양 진영 모두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억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재벌총수 경제범죄 형량강화 등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거래 차원을 넘어 현행 경제시스템의 최상층부에 해당하는 재벌개혁 문제로 들어가면 박ㆍ문 후보의 입장이 엇갈린다.

박 후보는 재벌의 순환출자 구조에 대해 ‘신규’만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 부활에도 부정적이다. 사실상 재벌의 현행 지배구조는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가 문 후보에 비해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부호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물론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3년 내에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고, 10대 대기업 집단에 대한 출총제 부활, 금산분리 강화, 지주회사 부채비율 상한축소 등을 함께 약속했다.

이러한 입장차는 박ㆍ문 후보 모두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박 후보의 경우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해 놓고도 정작 중요한 재벌개혁에선 ‘후퇴’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문 후보에 대해서는 재계를 중심으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자 ‘재벌 때리기’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朴 ‘늘지오’ vs 文 ‘만나바’ = 일자리 공약도 박ㆍ문 후보가 방점을 두는 정책어젠다 가운데 하나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약속이 표심을 잡는 최고의 공약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창조경제론에 성장과 일자리 전략을 함께 담았고, 문 후보는 일자리 혁명을 통해 공평과 정의의 가치를 구현한다는 복안이다.

박 후보는 우선 과학기술과 IT를 통해 산업에 생기를 불어넣는 ‘스마트 뉴딜’ 정책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다양한 근무ㆍ고용형태를 의미하는 ‘스마트 워크’ 정책으로 유연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창업국가 코리아’도 구호로 내세웠다. 대학을 창업기지로 육성, 청년 창업가를 양성하고 이들이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창업지원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게 그 내용이다.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한 문 후보는 공약집의 첫 과제로 일자리혁명을 제시하고 일자리 창출을 실무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일자리청(廳)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문 후보는 구체적인 일자리 목표치로 임기내 공공부문 40만개, 정보기술ㆍ융합기술ㆍ문화예술 등 창조산업 50만개, 여가산업 20만개, 2030년까지 탈원전ㆍ신재생에너지 분야 50만개의 일자리를 각각 창출하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70만개 확보를 내놨다.

노동분야의 최대 현안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서는 두 후보의 방향성이 대체로 엇비슷하다는 평가다.

박ㆍ문 후보 모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차별금지 ▲최저인금 인상 ▲법정정년 60세 연장 ▲기업의 근로자 해고요건 강화 등에 원칙적으로 공감했다.

캐치프레이즈 경쟁도 눈에 띈다.

박 후보는 새 일자리를 늘(늘)리고 기존 일자리는 지(지)키고 일자리의 질을 올(오)리겠다는 ‘늘ㆍ지ㆍ오’를 내세다.

문 후보의 일자리 정책은 좋은 일자리를 만(만)들고, 법정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나)누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바)꾸겠다는 ‘만ㆍ나ㆍ바’로 요약된다.

◆복지 강화ㆍ가계부채 해결 = 복지국가론은 박ㆍ문 후보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은 분야다.

기본적으로 ‘0~5세 영유아 무상보육’ 또는 ‘대학교 반값등록금’, ‘고교 무상교육’ 등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간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정책에서는 문 후보의 공약이 보다 파격적인 편이다.

박 후보는 건강보험 분야에서 암ㆍ심혈관ㆍ뇌혈관ㆍ희귀난치성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100% 책임을 약속했다.

문 후보는 연간 환자 본인부담금을 100만원으로 하는 상한제를 실시하고, 선택진료비ㆍMRIㆍ초음파ㆍ간병서비스 등의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기로 했다. 임신ㆍ출산에 필수적인 의료비 전액 지원도 약속했다.

노인복지 분야의 경우 박 후보가 월 20만원의 ‘노인연금’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문 후보는 현행 기초노령연금의 2배 인상을 약속해 방법론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권자들의 민생을 억누르고 있는 가계부채 해법에서도 박ㆍ문 후보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 후보가 대규모 기금 신설로 접근했다면 문 후보는 직접적인 규제 법안을 내세웠다.

박 후보는 최대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해 가계부채를 해결하겠다는 것을 핵심 정책으로 제시했다.

3천억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배당액 출자, 자산관리공사 고유계정 차입금 7천억원, 신용회복기금 잔여재원 8천700억원 등 1조8천700억원을 바탕으로 10배의 채권을 발행, 18조원 규모의 기금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기금으로 금융회사와 민간 자산관리회사(AMC)가 보유한 연체채권을 매입, 금융채무불이행자들이 채무를 장기분할 상환하도록 채무를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의 가계부채 대책은 ‘피에타 3법’으로 상징된다.

악덕 사채업자를 등장시켜 자본주의의 어두운 이면을 그린 영화 ‘피에타’에 빗대 이자제한법, 공정대출법, 공정채권추심법 등 3개 법안을 제ㆍ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이자제한법상 연 30%인 이자율 상한을 25%로 14%포인트 내리고 이자제한법의 예외로서 39% 이자율을 허용한 대부업법을 개정해 예외없이 적용하기로 했다.

또 공정대출법을 제정해 대출의 적합성 원칙 도입하고, 공정채권추심법을 개정해 채무자가 채권추심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대리인을 지정하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대북 정책 =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모두 현 정부가 추진했던 ‘비핵개방 3000’을 골자로 한 대북정책에 비해 적극적인 대북 정책을 제시한 만큼 남북 간 교류협력이 현재보다 증대돼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다만 박 후보의 대북정책 기조가 ‘유화 아니면 강경’이라는 전ㆍ현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시작한다면 문 후보의 대북정책은 ‘비핵ㆍ개방 3000’을 중심으로 한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박 후보의 대북정책은 남북한 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에 방점이 맞춰져 있고 문 후보는 경제분야에서의 교류를 시작으로 통일로 나가겠다는 구상에 가깝다.

박 후보는 한반도 신뢰 구축 방안의 하나로 일종의 ‘남북대표부’ 역할을 하는 ‘남북교류협력사무소’를 서울과 평양에 설치하기로 했고 문 후보는 남북경제연합 실현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 1인당 3만달러 국민소득과 인구 8천만 시대를 약속했다.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도 두 후보가 공감하고 있지만 각론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대통령 당선 후 북한에 특사를 보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하고 임기 첫해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한 문 후보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라면 북한의 지도자와도 만나겠다는 입장의 박 후보보다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북핵문제의 경우 다각적인 협상을 통해 해결한다는 데 공통점이 있으나 박 후보 측은 ‘한ㆍ미ㆍ중 3자 전략 대화’에 문 후보 측은 ‘6자회담 재개’에 방점을 두고 있어 차이가 있다.

◆교육 정책 = 두 후보의 교육정책은 공통으로 사교육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공교육을 정상화하고자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근혜 후보의 ‘선행학습 금지’와 문재인 후보의 아동교육복지기본법 제정을 통한 일몰 후 사교육 금지 방안 등은 이런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박 후보는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시험을 금지하겠다”며 초ㆍ중ㆍ고교의 각종 시험과 입시에서 학교 교육 과정을 넘어서는 문제의 출제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강력한 불이익을 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일부 학교에서 학생들의 변별력 유지 명목으로 교과 과정을 넘어서는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는 게 현실이고 이 때문에 학생으로서는 불가피하게 학원 공부를 병행하게 되는 만큼 파행의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가정에서 방치되는 초등학생을 10시까지 무료 돌봄 서비스로 돌봐주는 ‘온종일 학교’나 중학생에게 ‘시험 없는 한 학기’를 허용해 교육의 틀에서 독서, 예체능, 진로체험 등을 통해 진로탐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도 마련했다.

문 후보 역시 중2 때 1년 혹은 한 학기 동안 학업부담에서 벗어나 적성과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사교육 폐단을 근절 대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그의 교육정책은 대입제도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다.

문 후보는 초등학교 때부터 과도한 교육열을 조장하는 원인이 외국어고ㆍ국제고ㆍ자립형 사립고가 설립취지에서 벗어나 입시 명문고로 변질한 데 있다고 보고 이들을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수능의 자격고사화와 내신 중심 선발 기조를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대입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문 후보는 이를 위해 3천여 개에 달하는 복잡한 대입전형을 ▲수능만으로 선발 ▲내신만으로 선발 ▲특기적성 선발 ▲기회균형 선발 등 4가지 트랙으로 단순화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여성 정책 = 정치ㆍ사회 부문에서 여성의 참여를 대폭 늘리는 한편 무상보육 등과 관련된 두 후보의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 부문이다.

박근혜 후보는 2017년까지 여성인재 10만 명을 양성하겠다는 비전을 세우고 구체적인 방안으로 장관직ㆍ정부위원회의 여성비율 확대, 공공기관 여성관리자 목표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여성관리자 확대 민간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정당 공천심사위원회의 여성위원 비율을 40% 이상으로 의무화하고 여성 교수ㆍ교장 채용 때 쿼터제를 시행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박 후보는 셋째 아이에 대해 소득에 상관없이 대학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대학특별전형을 시행하는 한편 ‘한 부모 가정’에 대해 자녀양육비 지원을 현재 매월 5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한 문재인 후보는 아버지들의 육아ㆍ보육 참여 방안 마련이나 무상보육 확대 등과 함께 일자리 방안과 여성문제를 연계한 방안을 제시한 것이 눈에 띈다.

문 후보는 지방대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지원책을 수립하는 한편 사회 전체의 비정규직ㆍ양극화 문제를 없애기 위해 여성고용의 비중이 높은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육아휴직을 마친 여성의 계속고용을 위해 사업주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