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安캠프
“정권 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한다.”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당사를 떠나며 윤영관(오른쪽) 국민정책본부장과 침통한 표정으로 포옹하고 있다.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23일 저녁 8시 20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직을 내려놓겠다고 전격 선언하자 안 후보 캠프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앞서 유민영 대변인이 후보 대리인 간 회동 결렬을 알리며 물리적으로 여론조사는 어렵다는 결과에 도달했고 곧 안 후보의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을 때만 해도 담판 회동을 제안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했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안 후보가 후보 사퇴를 선언하자 충격을 받은 관계자들은 말을 잊은 듯했다. 후보가 떨리는 목소리로 다음 말을 이어 갈 때에야 곳곳에서 탄식이 새어 나왔다. 한 캠프 관계자는 “안 됩니다.”라고 외치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안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발표 내용을 전혀 몰랐다. 본부장들과 몇 명만 알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사퇴는 그만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안 후보는 발표 20여분 전 핵심 참모들을 소집해 사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관계자는 “후보의 진심과 달리 단일화 협상 과정이 계속 어려워지면서 후보가 많이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야권 단일화의 정신은 변함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캠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안 후보가 비록 사퇴했지만 후보가 밝힌 것처럼 이는 정권 교체를 위한 백의종군일 뿐 새 정치의 목표를 접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도 “안 후보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출마 전부터 함께해 온 유 대변인을 먼저 오랫동안 껴안았다. 안 후보의 지근에서 수행해 온 허영 비서팀장은 안 후보를 안고 통곡했다. 안 후보는 조광희 비서실장 등과도 포옹한 후 회견장 안의 공보실로 들어가 자원봉사자들과 캠프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김성식·박선숙·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 조용경 국민소통자문단장 등과 함께 회견장을 떠났다. 안 후보는 이후 6층 사무실에 들러 캠프 관계자들 한명 한명과 포옹하며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안 후보는 이 자리에서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해 정치인의 길을 계속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2012-11-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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