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탈출 기회 있었지만… 끝까지 조종간 놓지 않았다

비상 탈출 기회 있었지만… 끝까지 조종간 놓지 않았다

문경근 기자
문경근 기자
입력 2022-01-13 22:08
수정 2022-01-14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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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5E 전투기 추락사’ 심정민 소령

민가 피해 야산 쪽으로 기수 돌려
文대통령 “살신성인으로 軍귀감”
오늘 영결식… 대전현충원 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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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F5E 전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심정민 소령이 지난 11일 사고 당시 민간인 피해를 막고자 마지막 순간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군 관계자들이 12일 추락 동체 등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F5E 전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심정민 소령이 지난 11일 사고 당시 민간인 피해를 막고자 마지막 순간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군 관계자들이 12일 추락 동체 등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F5E 전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심정민(29·공사 64기) 소령은 탈출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민간인 피해를 막고자 마지막 순간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13일 “심 소령이 다수의 민가를 회피하기 위해 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조종간을 끝까지 잡은 채 민가와 100m 떨어진 야산에 충돌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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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5E 전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심정민 소령 연합뉴스
F5E 전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심정민 소령
연합뉴스
조사 결과 사고 전투기는 지난 11일 오후 1시 43분 경기 수원 기지에서 정상적으로 이륙했으나 이륙 후 양쪽 엔진에 화재 경고등이 떴다. 심 소령은 긴급 착륙을 위해 수원 기지로 선회했으나 조종 계통 결함이 추가 발생했다. 그러자 심 소령은 ‘이젝트’(Eject·탈출하다)를 두 번 외치면서 비상 탈출 의사를 나타냈지만,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공군은 심 소령이 민가 쪽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고자 조종간을 끝까지 놓지 않고 야산 쪽으로 기수를 돌리면서 비상 탈출 시기를 놓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군은 “F5 항공기 비상 탈출 좌석은 F16 항공기와 동일한 신형 사출 좌석으로 고도와 무관하게 안전한 사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심 소령은 2016년 임관한 뒤 F5를 주기종으로 5년간 임무를 수행했으며, 지난해 11월엔 호국훈련 유공으로 표창을 받기도 했다. 심 소령은 전투조종사로서의 자부심이 남달라 “나는 언제까지나 전투조종사로서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끝까지 조종간을 붙잡고 민가를 피한 고인의 살신성인은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표상으로 언제나 우리 군의 귀감이 될 것”이라며 “국민들과 함께 깊은 위로를 표하며, (심 소령이) 그토록 사랑했던 조국 하늘에서 영면하길 기원한다”고 애도했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도 “유엔사와 한미연합사, 주한미군을 대표해 유족, 그리고 공군장병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한국민들을 지키다 숨진 조종사의 희생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심 소령은 관련 규정에 따라 대위에서 소령으로 1계급 추서 진급됐다. 영결식은 14일 소속부대인 공군 제10전투비행단 ‘부대장’으로 엄수되며 고인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2022-01-1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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