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노스, 北 동창리 위성발사장 해체 포착
‘화성 15형’ 개발지… 美위협 상징적 장소북·미 새로운 신뢰관계 구축 첫걸음 평가
美 ‘FFVD ’ 압박 고삐는 풀지 않을 듯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23일(현지시간)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이 작성한 ‘북한,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시작’이라는 분석 보고서에서 최근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 북한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동창리 발사장은 북한이 위성발사장으로 부르고 있지만,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 알려졌다. 동창리는 2017년 신형 로켓엔진 지상분출실험을 진행하면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상징적 장소’로 떠올랐다. 북한은 2012년 ‘은하 3호’를 시작으로, 인공위성을 실었다고 주장하는 발사체를 모두 동창리에서 발사했다. 또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화성 15형’도 이곳에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발사장은 동해 무수단리에도 있다. 하지만 무수단리 발사장은 199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쓰인 뒤 사실상 폐기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동창리 발사장 해체는 북한의 ‘ICBM 개발 포기 선언’과 같은 무게감을 갖는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평가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가장 규모가 크고 현대화된 동창리 발사장을 해체한다는 것은 ICBM을 포기한다는 의미”라면서 “ICBM이라는 운반수단이 없다면 사실상 북한의 핵은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 서해위성발사장 해체는 미국의 입장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중대한 북한의 비핵화 행보로 풀이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이번 조치가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진행될 예정인 6·25 사망 미군 유해 송환과 맞물리면서 북·미 실무협상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오는 9월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종전선언과,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인도적 행사의 일부 제재 해제’ 등의 논의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북·미 정상 간 약속을 이행하는 성의를 보였지만 미국이 압박의 고삐를 급하게 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미 협상의 다음 단계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한 핵신고 등이 될 전망이다. 한 소식통은 “북·미가 서로 정상회담의 선물을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이 이번 북한의 동창리 발사장 해체에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느냐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 관련 행동의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8-07-25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