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한일관계…“수교 50년 성과 재평가하자”

고장 난 한일관계…“수교 50년 성과 재평가하자”

입력 2015-03-15 10:43
수정 2015-03-1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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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서 심포지엄…양국 전문가들, 고언·제언 내놓아

한일 관계가 나빠진 양상이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국제학술 심포지엄에 참가한 양국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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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서 한일수교 50주년 기념 심포지엄
도쿄대서 한일수교 50주년 기념 심포지엄 14일 일본 도쿄 분쿄(文京)구의 도쿄대학 홍고(本鄕) 캠퍼스에서 한일수교 50주년 기념 국제 학술 심포지엄(도쿄대 현대한국연구센터 주최·한국국제교류재단 후원)이 열렸다. 한일 양국 전문가들(사진)이 돌아가며 의견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일본 도쿄 분쿄(文京)구의 도쿄대학 홍고(本鄕) 캠퍼스에서 열린 한일수교 50주년 기념 국제학술 심포지엄(도쿄대 현대한국연구센터 주최·한국국제교류재단 후원)에서 양국 전문가들은 이같이 진단하며 “위상변화에 각 나라가 적응을 못 하는 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지낸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갈등 장기화의 원인에 대해 “한중일 위상 변화에 대해 각 나라가 적응을 못하는데서 오는 갈등과 대립”이라며 중국의 부상과 맞물린 한중일 3국의 역학관계 변화에 주목했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 “분단이라는 어려운 조건에서 절치부심해가며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된 한국은 ‘새우’의 신세에서 벗어나 ‘돌고래’ 정도 위상이 됐는데, 한국은 그 위상에 맞는 행동을 못하고 있다”며 “어떤 때는 새우의 처지에서 문제를 일본의 탓으로 돌리고, 어떤 때는 ‘고래’가 된 것처럼 일본을 무시한다”고 꼬집었다.

일본도 과거 국력 면에서 한참 아래였던 한국이 현재 수준으로 성장한 것을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며, 과거 국력 차가 컸을 때 그냥 넘어갔던 일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정 교수는 분석했다.

또 기무라 간(木村幹) 고베(神戶)대 교수는 “1985년 8·15에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당시 총리가 야스쿠니(靖國)신사에 참배했을 때 언론의 보도는 9월에 들어서자 진정됐다”고 소개한 뒤 그런 과거와 달리 이명박 대통령의 2012년 8월 독도 방문 이후 한일 갈등이 장기화하는 원인 중 하나는 “과거 여론을 컨트롤하며 불을 끄는 ‘스토퍼(stopper)’ 역할을 했던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양국에서 지금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무라 교수는 이어 “과거 안보 등에서 양국에 공동 이익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엘리트들이 갈등에 제동을 걸려고 했지만 지금은 정치가도, 언론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지적한 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대한 법적 이해가 일한 양국에서 전혀 다른데, 법원이 서로 다르게 움직이면 정치가 움직일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 센터장은 “현재 한일관계는 구조적 변동기에 있어 한동안 악화일로를 걸을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내에서 여기는 일본의 전략적 가치가 떨어지고, 일본인들이 인식하는 한국의 가치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한일관계 개선이 양국에 이로운 이상, 관계 복원의 지혜를 짜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재정 교수는 과거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련의 전쟁에 일본이 관여됐다는 역사적 경험, 실리, 한일이 공유하는 보편가치 등 면에서 “일본은 여전히 한국에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2차대전 후 70년, 한일 국교정상화 후 50년의 역사를 다시 해석해야 한다”며 “1965년 체제(한일협정에 입각한 양국의 과거사 처리)가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후 양국이 열심히 타협하고, 싸우기도 해가며 보완해온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본 내 역사 수정주의 흐름에 대처하려면 우리 학계 쪽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고 한일 수교 이후 50년의 역사를 재점검하며 반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도쿄대 현대한국연구센터장)는 발제문을 통해 “’제도적 피로감’이 일어난 ‘1965년 체제’를 대신할 새로운 틀을 양국이 합의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며 “섣불리 1965년 체제를 대신할 것을 무작정 찾기보다 지금까지 ‘1965년 체제’에 더해왔던 것을 다시 되돌아보며 그것을 더욱 ‘진화’시키는 게 현실적이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미타니 히로시(三谷博) 도쿄대 교수는 “한국 입장에서 중국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당연할 것이나 그렇다고 일본과 싸울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베트남은 과거 전쟁의 앙금이 있음에도 미국을 활용하듯이 한국도 일본을 활용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진창수 센터장은 “일본을 고립시켜서 얻는 이익보다 일본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개선함으로써 중국에 대해 지렛대를 갖는 것이 한국에 전략적 이익이 된다”며 “양국에서 왜 상대국이 필요한지를 제대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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