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기싸움에 남북관계 급랭
정부가 2일 “2차 고위급 접촉은 사실상 무산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전날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성명으로 대북전단(삐라) 살포 문제를 비판한 데 따른 입장 표명으로, 지난달 4일 북한 고위급 3인방이 방한하며 기대됐던 남북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도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전망된다.주말 동안 대북전단과 고위급 접촉을 둘러싼 남북 간 ‘기 싸움’은 최고조에 다다랐다. 조평통은 전날 성명에서 ‘위임’에 따른 중대 입장을 천명한다며 “우리의 최고 존엄을 악랄하게 훼손하는 삐라 살포 망동을 중단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북남 대화도, 북남 관계 개선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성명’은 조평통의 최고 수위 입장 표명이고, 특히 ‘위임’이란 표현을 쓴 것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조평통은 “박근혜까지 나서서 인간 쓰레기들의 삐라 살포를 막을 수 없다고 공언하는 데 이르렀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해 비난 수위를 높였다.
정부는 이날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하고 국민에 대해 ‘처단’ 운운하는 것은 남북 합의와 국제 규범상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언동”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도 이날 “민간단체의 자율적 행위는 남북 대화를 문 닫게 하는 빌미가 될 수 없는 것을 북한은 직시해야 한다”며 정부를 거들었다.
정부는 북한의 박 대통령 실명 비판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임 대변인은 “북한이 이렇게 그들의 최고 존엄만을 생각한다면 우리에게도 대통령의 지위랄까 이런 것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대변인은 “고위급 접촉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본다”면서 “현재 정부는 별도의 대북 조치를 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식 브리핑을 통해 2차 고위급 접촉 자체가 무산됐다고 밝힌 것은 처음으로, 북한에 대화 의지가 없음을 이번 조평통 성명을 통해 최종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잠적 이후 최근 공개활동을 재개한 김 제1위원장은 평양 순안국제공항 2청사 마감 공사 현장을 방문해 ‘민족성’을 살리지 못한 시공 방식을 질책하고 재설계를 지시했다고 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2014-11-03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