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중일 사이에서 한국 중재 역할 중요”
어렵사리 성사된 ‘제8차 한·중·일 고위급 회의’는 난관에 봉착한 3국 정부간의 협력 논의가 복원되는 첫 단추로서의 의미가 있다.과거사·영토 문제를 놓고 한국, 중국이 각각 일본과 심각한 갈등을 겪으면서 한·중·일 3국간 협력은 사실상 고사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3국의 차관보급 인사들이 한데 모이는 이번 회의는 3국에서 모두 새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열린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핵심 국가이자 이웃 국가인 한·중·일 3국은 그동안 다양한 협력 사업을 발굴, 협력의 공동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외교 레벨에서 100여 개의 협의체를 운영해 왔다.
특히 3국이 번갈아가며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시작한 2008년을 기점으로 3국간 협력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차관보급 이상의 고위급 협의 채널은 끊어져 버렸다.
여기에는 일본이 작년 9월 중국과 영유권 갈등이 있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해 국유화 조치를 내린 게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지난해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발언을 계기로 한일 간 전례 없는 외교 갈등이 빚어진 것도 3국 고위급 협의 개최가 늦어진 이유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은 올해 들어서도 나아지지 않았다.
중일간 영토 갈등의 수위가 낮아지지 않은데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일본 아베 정권의 과거사 도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의장국인 우리나라는 당초 5월에 3국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했으나 3국 정상회담 날짜는 현재까지도 잡히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3국이 차관보급 회의를 개최한 것은 의미가 있다.
정치·외교적인 갈등에도 불구하고 3국간 협력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기본 입장이 재확인됐다는 점에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7일 “한중일 고위급 회의는 오랜만에 열리는 만큼 매우 의미가 크다”면서 “이런 회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 후 3국 협력의 움직임이 당장 급물살을 타거나 정상화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또 연내 외교장관 및 정상간 회담 개최로 이어지긴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에는 일본이 3국 협력의 의장국을 맡게 되는 만큼 현재의 중일관계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한중일 3국 정상회담 개최는 내년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일 간 갈등의 폭이 큰 만큼 우리 정부의 중재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 센터장은 “한중일 정상회담은 중국이 안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한국이 주도적인 중재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