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왕세자에 7차례 친서…지지부진 협상 직접 물꼬터

MB, 왕세자에 7차례 친서…지지부진 협상 직접 물꼬터

입력 2011-03-14 00:00
수정 2011-03-1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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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유전확보 뒷 얘기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에 성공한 지난 2009년 12월 직후. 이명박 대통령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을 조용히 청와대로 불렀다. 이 대통령은 곽 위원장에게 ‘스페셜 미션’을 줬다. 세계 6위의 매장량을 갖고 있는 UAE 유전 개발사업에 우리나라가 참여할 방법을 한번 찾아보라는 것이었다.

유전개발은 지식경제부 소관이지만, ‘미래전략’차원에서 접근한다는 측면에서 곽 위원장에게 임무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 일단 미래위에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협상 파트너는 UAE의 아부다비 미래전략기구위원회였다. 실무는 한국석유공사가 맡았는데 좀처럼 협상이 진전되지 않았다. 세계 77위인 석유공사가 내로라하는 글로벌 메이저 업체들이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UAE에서 유전계약을 따내기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유전사업의 성격상 산유국은 철저한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UAE는 이렇다 할 실적이 없는 석유공사를 드러내 놓고 냉대했다.

협상이 좀처럼 실마리를 풀지 못하자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각별한 친분이 있는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친서를 보내 “석유비즈니스 측면에서만 생각하면 한국을 참여시킬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단순한 유전개발 사업자가 아니고 100년 앞을 내다보는 아부다비의 경제협력 파트너이다. 크게 생각해 달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이후에도 고비가 있을 때마다 6차례 친서를 더 보내고 모하메드 왕세자와 수차례 전화통화를 해 협상의 큰 방향을 유리한 쪽으로 바꿨다.

특히 고비때마다 친서 등을 통해 왕세자에게 진심을 전했다. “석유 한방울도 안나는 한국에서는 무엇보다 양국 간 미래전략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게 석유 자원 확보다. 왕세자께서 잘 배려해 주면 좋겠다. 우리가 지금은 석유개발 기술이 모자랄지는 모르지만 한국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산업화를 이룬 경험이 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가 과거에 석유화학공장, 조선소를 뭐가 있어서 했느냐. 우리는 한다고 하면 다 할 수 있다.”면서 곽 위원장을 비롯한 우리쪽 실무자들도 강하게 독려했다.

이 대통령이 이런 뚝심을 보이며 밀어붙이자 모하메드 왕세자도 “한국은 파이팅이 있는 나라”라며 호의적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5월 말 모하메드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까지 내주며 극진한 예우를 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미래위 관계자는 “왕세자의 순방 이후 눈에 띄게 협상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불과 2주 전에도 협상에 마지막 위기가 오자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연락을 취해 쐐기를 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곽 위원장과 지경부 및 석유공사 관계자들도 UAE 정부 당국자들을 겨울에 국내 스키장으로 초청해 스키를 함께 타는 등 인간적 친분을 쌓는 데 주력했다. 곽 위원장은 “그동안 대통령특사로 10여차례 아부다비를 방문했고, 상대 협상팀도 우리나라에 여러 차례 왔다.”고 말했다.

아부다비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2011-03-1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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