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구제역, 향후 남북관계 변수될까

北구제역, 향후 남북관계 변수될까

입력 2011-02-11 00:00
수정 2011-02-1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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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확인된 북한 전역에 발생한 구제역이 향후 남북관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북한이 구제역 발생 40여일 만에 이를 언론을 통해 공개하고 국제기구에 통보한 것은 자체 힘으로 구제역 전파를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인접국인 우리나라가 직접적으로 또는 국제기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방역 지원에 나설 경우 최근 군사실무회담 결렬로 조성된 남북 간 냉각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하나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7년 3월 북한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방역 지원 의사를 먼저 전달하고 이에 북한이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설명하면서 방제에 필요한 약품과 장비 지원을 요청하자 소독약과 알부민,멸균기 등 26억원 상당의 물품을 전달했었다.

 물론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도 보이지 않은 상황에 정부가 대북 방역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아직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11일 “북한 전역에 구제역이 발생한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됐지만,아직 북측이 정식으로 지원을 요청한 사실은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대북 방역 지원을 먼저 제의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북한이 기존의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면서 군사실무회담이 결렬되고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 대북 지원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전염병이라는 구제역의 성격상 인접국인 우리나라에 추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나 세계동물보건기구(OIE) 등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방역지원에 정부가 참여하는 간접적인 지원이 성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남북 모두에 대화를 압박하며 한반도 국면 전환을 꾀하는 흐름에서 볼 때 북한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정부가 2007년과 마찬가지로 직접 방역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도 나오고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구제역 방역 지원 의사에 대한 질문에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즉답을 피한 것이나 남북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간 불신의 골이 깊지만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구제역 방역 지원에 나선다면 대화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며 “정부가 정치적 사안과 인도적 사안을 분리하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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