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스 부차관보 발언 이후 균형자론 궤도수정 본격화”

“롤리스 부차관보 발언 이후 균형자론 궤도수정 본격화”

입력 2005-06-10 00:00
수정 2005-06-1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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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균형자론과 한·미 동맹은 양립할 수 없다는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의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면서(서울신문 6월9일자 보도), 최근 우리 정부의 갑작스러운 동북아균형자론 개념 수정이 미국측의 불만에 따른 연쇄적 조치가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지난 1일 ‘최후균형자는 美國’ 언급

돌이켜보면, 우리 정부가 균형자론 개념을 크게 수정한 시기와 롤리스 부차관보가 홍석현 주미대사에게 불만을 털어놓은 시점이 묘하게 일치한다. 천영우 외교통상부 외교정책홍보실장이 “동북아 역내의 ‘최후의 균형자’는 미국이다.”라고 말해 사실상 균형자론을 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킨 때가 바로 지난 1일이었다. 롤리스 부차관보가 홍 대사를 만나 불만을 표시한 바로 다음날이다.

당시 외교가에선 천 실장의 급작스러운 균형자론 개념 수정이 나오자 ‘한국 정부가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같다.’는 추측이 무성했지만, 딱히 구체적 정황이 포착되지 않아 궁금증 차원에 머물렀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롤리스 부차관보의 발언이 천 실장의 개념 수정에 영향을 준 게 아닌가 하는 추론도 가능하게 된다. 물론 두 사안간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롤리스 부차관보가 홍 대사에게 불만을 털어놓기 몇 시간 전인 지난달 31일(한국시간) 균형자론의 ‘저작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균형자론은 일본에 대한 우려 때문에 나오게 된 것이라며 사실상 개념 수정을 꾀했기 때문이다.

‘美 반대기류 이미 포착’ 주장도

이런 정황까지를 감안해서 본다면, 우리 정부가 롤리스 부차관보의 발언이 나오기 전에 이미 미국 정부내의 심상찮은 기류를 포착해 진화에 나섰다는 추론도 성립될 수 있다. 부시 행정부내 실세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롤리스 부차관보가 우리 정부 관계자에게 공공연하게 불만을 표출할 정도라면, 이미 그런 기류를 우리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감지했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05-06-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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