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호소에도 ‘전광훈 금지법’ 주저하는 국민의힘

김종인 호소에도 ‘전광훈 금지법’ 주저하는 국민의힘

이근홍 기자
입력 2020-09-16 17:56
수정 2020-09-17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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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집회 지지’ 많아 현역들 처리 부담
행안위 상정 못해 개천절 전 통과 어려워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서 열린 보수단체 주최 문재인 정권 부정부패·추미애 직권남용·민주당 지자체장 성추행 규탄 집회. 연합뉴스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서 열린 보수단체 주최 문재인 정권 부정부패·추미애 직권남용·민주당 지자체장 성추행 규탄 집회. 연합뉴스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길 경우 제재를 가하는 이른바 ‘전광훈 금지법’이 야당의 반대로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하며 다음달 3일 개천절 전 국회 통과가 어렵게 됐다. 지난 8·15 광복절 집회 이후 정치적 역풍을 맞은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나서 ‘개천절 집회 참가 자제’를 호소했지만 정작 의원들은 관련 법안 처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 소속 이원욱 의원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정청래 의원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 등을 상정하려 했지만 야당이 거부했다. 이에 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의 전광훈(사랑제일교회 목사)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선입선출 원칙에 따라 7월 10일까지 접수된 법안까지만 다루기로 이미 여야가 합의한 만큼 두 법안만 먼저 상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행안위 간사인 박완수 의원은 1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행안위에 600건이 넘는 법안이 올라와 있는데 모두 처리할 수 없으니 7월 10일까지 접수된 법안만 처리하자고 합의한 것”이라며 “합의를 했으면 따라야지 어떻게 8월 말에 올라온 법안 2개만 추가하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힘도 대규모 집회를 반대하고 있고, 다음 회의 때는 두 법안 모두 상정할 것”이라며 “법안에 ‘전광훈’이라는 이름을 달아 우리 당과 연결시키는 건 정치적 공세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가 잇달아 극우 세력과의 절연을 선언하고, 그 의지를 증명할 수 있는 계기가 개천절 집회 불참이었던 만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전광훈 금지법 처리에 당이 더 적극적이지 못한 점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의 기반인 영남에는 여전히 광화문 집회를 지지하는 분들이 타 지역에 비해 많기 때문에 현역 의원들로서는 전광훈 금지법 처리에 앞장서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코로나19 방역에는 여야도 보수·진보도 없는 만큼 이럴 때 우리가 더 개혁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2020-09-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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