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대통령 개별기록관 설립 가능하다는 내용 쏙 뺀 한국당 논평

전임 대통령 개별기록관 설립 가능하다는 내용 쏙 뺀 한국당 논평

오세진 기자
입력 2019-09-10 19:08
수정 2019-09-10 19:0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사진은 세종시에 있는 대통령기록관의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세종시에 있는 대통령기록관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기존 대통령기록관 수용 능력이 한계에 임박하자 대통령별로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따로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10일 발표했다. 이미 2007년 제정된 대통령기록물법에는 개별 대통령기록관 설치 조항이 있다. 이 조항에 근거한 사업을 문재인 대통령을 시작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셀프 기념관까지 지으려 한다”는 비판 논평을 냈지만 기록관리 전문가들은 “그간 후퇴한 대통령기록 관리를 정상화하기 위한 핵심 사안”이라면서 환영했다.

국가기록원은 퇴임한 대통령 관련 기록물을 보관하는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문 대통령 기록관이 첫 사례로, 개관 시기는 문 대통령 퇴임에 맞춰 2022년 5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172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2007년 제정된 현행 대통령기록물법(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중앙기록물관리기관의 장(국가기록원장을 가리킴)은 특정 대통령의 기록물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개별 대통령기록관 설치 근거는 오래전에 마련됐지만 그동안 설립이 추진되지 않았다가 문 대통령 기록관을 처음으로 만들게 됐다.

국가기록원은 현 대통령기록관의 공간 부족이 개별 대통령기록관 설립을 이번에 처음으로 추진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재임기간에 나오는 기록물이 점점 늘어나는 데다, 현재 세종시에 있는 통합 대통령기록관의 서고 사용률이 약 83%에 달해 보존시설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현재 통합 대통령기록관의 추가 수용 능력은 대통령 1~2명 정도 분량에 불과해 사실상 포화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통령 기록물 증가 추세가 예상을 뛰어넘어 보존 공간이 부족해졌다. 통합 대통령기록관 증축 비용보다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짓는 것이 훨씬 예산이 적게 든다”면서 “차기 대통령은 물론 전임 대통령도 요청한다면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전임 대통령의 개별 대통령기록관 설립도 가능하다는 국가기록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셀프 기념관까지 지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만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들의 기록물을 관리하는 현 대통령기록관과는 별개로 자신만의 기념관을 따로 짓겠다며 내년 예산에 32억이 넘는 돈을 편성했다”면서 “대통령기록물 보존의 목적 자체가 투명하고 공정한 관리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자신에 대한 평가마저 권력이 살아있을 때 정해놓겠다는 오만한 발상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기록전문가협회는 “개별 대통령기록관 추진을 적극 환영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협회는 “각 대통령기록의 특성은 매우 상이하며, 특성에 맞는 개별적 관리가 필수적임에도 현재의 통합 대통령기록관은 모든 대통령기록을 동일하게 관리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면서 “이런 한계로 인해 통합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기록을 둘러싼 각종 정치적 논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당연히 각 대통령기록의 특성이 반영된 기록의 활용도 요원하다. 결국 피해는 대통령기록을 이용하고자 하는 국민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개별 대통령기록관은 그간 있었던 대통령기록과 관련된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알권리는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선언”이라면서 “한국과 유사한 정치제도를 갖고 있는 미국은 대부분의 대통령이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또 “개별 대통령기록관 추진은 그간 후퇴한 대통령기록 관리를 정상화하기 위한 핵심 사안”이라면서 “개별 대통령기록관 건립 추진이 건물을 세우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국가의 역사를 남긴다는 사명감을 갖고 대통령기록의 생산과 관리 및 활용체계의 전면적인 혁신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애도기간 중 연예인들의 SNS 활동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주항공 참사로 179명의 승객이 사망한 가운데 정부는 지난 1월 4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습니다. 해당기간에 자신의 SNS에 근황사진 등을 올린 일부 연예인들이 애도기간에 맞지 않는 경솔한 행동이라고 대중의 지탄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애도기간에 이런 행동은 경솔하다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고 애도를 강요하는 것은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