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델 손녀집에 ‘독립유공자 명패’ 걸렸다

베델 손녀집에 ‘독립유공자 명패’ 걸렸다

이주원 기자
입력 2018-12-23 23:02
수정 2018-12-24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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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 해외 거주자 첫 선정 수여

을사늑약 부당함 폭로 글 게재 등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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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우진(왼쪽) 국가보훈처장이 22일(현지시간) 영국 스폴딩에 있는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의 손녀인 수전 제인 블랙의 자택에서 ‘독립유공자의 집’ 명패와 베델의 영문 공적 안내판을 부착한 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피우진(왼쪽) 국가보훈처장이 22일(현지시간) 영국 스폴딩에 있는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의 손녀인 수전 제인 블랙의 자택에서 ‘독립유공자의 집’ 명패와 베델의 영문 공적 안내판을 부착한 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제 집이 해외에서 처음으로 독립유공자의 명패를 부착하는 곳인 데다 한국의 국가보훈처가 여기서 공식 기념행사까지 열어주니 정말 기쁩니다. 한국인들이 우리 할아버지인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에게 얼마나 감사하는지 충분히 알 것 같습니다.”

1904년 서울신문의 전신인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데일리뉴스(KDN)를 창간해 항일언론운동을 한 베델(1872~1909·한국명 배설)의 손녀 수전 제인 블랙(62)은 22일(현지시간) 영국 스폴딩의 자택에 독립유공자 명패가 걸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처럼 감격스러워 했다.

피우진 보훈처장은 이날 이곳에서 열린 ‘독립유공자의 명패 전달식’에 참석했다. 피 처장과 수전은 문 왼편에 ‘독립유공자의 집’이라고 적힌 명패와 베델의 항일 공적을 설명하는 영문 설명판을 부착했다. 수전은 감회에 젖은 듯 연신 명패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보훈처는 해외에 거주하는 독립유공자 중 첫 명패 전달 대상으로 베델을 선정했다. 그만큼 한국의 독립운동사에서 베델의 역할을 크게 인정한 것이다.

베델은 민족언론을 창간했을 뿐 아니라 일제의 황무지 개간권 요구를 반대하는 글과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폭로하는 글을 게재하는 등 독립운동의 ‘촉진자’로 활약했다. 1968년 한국 정부는 그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고, 수전은 1995년 베델의 직계 후손으로서 처음 한국을 방문해 훈장을 받았다.

수전은 “할아버지를 기리는 공식 행사 때마다 한국을 자주 찾았는데, 오늘은 한국 정부가 영국을 직접 찾아줘 감회가 새롭다”며 “이 명패로 할아버지가 조선이란 나라에 가서 특별한 업적을 남긴 사실이 이웃에 전파될 것이고,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내 조상이 한 나라의 자유를 위해 싸웠다는 사실이 영광스럽다”고 덧붙였다.

서울신문과 대한광복회는 보훈처 후원으로 지난 10월부터 내년 3·1운동·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독립유공자의 명패’ 모금 활동을 벌여왔다.

한편 이날 수전은 베델 부부가 조선에서 사용하다 영국으로 가져간 수납용 가구, 우편엽서, 베델이 촬영한 당시 사진 등을 한국 정부에 기증(영구 임대)했다. <서울신문 8월 3일 27면>

스폴딩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2018-12-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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