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반발…“누가 그에게 혁신권한 위임했나” 어이없다는 반응도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깜짝 혁신안’을 내놓았다.김성태, ‘중앙당 해체와 혁신위한 구태청산’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가운데)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18.6.1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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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권한대행이 발표한 혁신안의 핵심은 ▲ 중앙당 해체 ▲ 당명 개정 ▲ 원내중심 정당 구축 ▲ 구태청산 태스크포스(TF) 가동 ▲ 외부인사를 위원장으로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이다.
그는 또 “집권당 시절 방대한 조직 구조를 걷어내고 원내중심 정당으로 세우겠다”면서 당 자산을 매각하고, 사무처를 구조조정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애초 기자회견을 통해 당 운영 방향을 개괄적으로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예상을 깨고 ‘깜짝 혁신안’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김 권한대행이 내놓은 혁신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국민을 설득하기에 앞서 당내 호응을 얻을지조차 불투명하다.
당장 선거 패배의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을 받는 김 권한대행이 당내 혁신 작업을 주도할 자격이 있는지를 놓고 비판적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내 의원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지 못한 김 권한대행이 ‘월권’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권한대행의 역할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넘어가기 전까지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비상대책위원장이 혁신 작업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중진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단 자신부터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어떻게 혁신 작업을 주도한다는 것인가”라며 “웃기는 짓을 하고 있다. 당내 반발이 거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권한대행은 “당 대표 권한대행에게 부여된 당헌·당규상 권리와 의무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며 “당의 혁신과 쇄신, 인적청산 등의 내용은 혁신 비대위에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혁신안의 내용과 발표 절차를 놓고도 뒷말이 많다.
무엇보다 중앙당 해체나 당명 개정, 원내 중심정당 구축 등의 혁신안은 선거에서 패할 때마다 ‘다람쥐 챗바퀴 돌 듯’ 되풀이되는, 아주 낡고도 불성실한 대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외부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등은 당내 이견이 분분해 의원총회 등을 통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그 과정이 생략됐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김 권한대행의 혁신 작업은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한 재선 의원은 “절차적인 면에서 흠결이 있다”며 “중대한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당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했어야 했다”며 “김 권한대행이 자신에게 모든 권한이 위임됐다고 착각한다면 상황 인식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당 수습의 첫 단추인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부터 무기한 지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별도로 보수 혁신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인적 청산에 대해서도 말만 무성할 뿐 별다른 진전은 보지 못하고 있다.
김용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과정에서 새로운 당의 출발을 위해 물러날 사람은 물러나자”라며 “나는 이 모든 과정에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당 안팎에서는 이미 ‘5대 공신록’이라고 해서 ‘살생부’가 돌아다닌 지 오래다.
5대 공신록을 보면 ▲ 1대 공신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 2등 공신에 서청원·윤상현 의원 등 친박 8적 ▲ 3등 공신에 홍준표 전 대표와 강효상·정태옥 의원 ▲ 4등 공신에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무성·장제원 의원 등 복당파 ▲ 5등 공신에 할 말 못하는 한국당 의원 전원이 이름을 올렸다.
또 홍 대표는 지난 16일 “당을 이끌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계파 이익을 우선하는 당내 일부 국회의원들을 청산하지 못했다”며 청산 대상 유형을 8가지로 분류해 열거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원이 인적 청산 문제를 놓고는 “인위적 인적 쇄신에 반대한다”, “지금은 내부 총질을 할 때가 아니다”라는 등의 논리를 대며 주저하고 있어 인적 청산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여기에 인적 청산 대상에 당내 주요 계파의 핵심 인사들과 유력 당권 주자들이 열거돼 있어 살생부 논란은 2020년 21대 총선의 공천 싸움은 서막이라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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