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못 열어…개헌·추경 등 현안 산적한데 개점휴업 상태
4월 임시국회가 여야의 양보 없는 극한 대치로 인해 2주째 ‘개점휴업’ 상태다.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싸고 불거진 여야의 갈등이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으로 시작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 공방을 타고 증폭되면서 4월 국회 정상화를 위한 해법 마련은 더욱 힘들어진 상황이다.
4월 국회가 멈춰 서면서 15일 현재 각종 민생·개혁 법안에 더해 개헌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등 굵직한 현안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4월 국회가 ‘6·13 지방선거’ 전 마지막 임시국회일 가능성이 큰 데다 추경 등의 현안을 마냥 방치하기에는 여야 모두 부담이라는 점에서 결국 여야가 막판에 극적인 타결을 통해 국회를 정상화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 4월 국회 공전 거듭…본회의 한 번도 못 열어
여야가 방송법 개정안 처리 문제를 놓고 대립하면서 지난 2일 예정됐던 첫 본회의는 무산됐고, 이후 4월 국회는 계속 공전을 거듭했다.
여야 합의로 잡아놓았던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경 시정연설(9일)과 대정부질문(10~12일)도 열리지 못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상임위원회 일정도 줄줄이 취소됐다.
4월 국회 공전은 표면상으로는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싼 충돌로 시작됐으나 개헌과 추경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들과 맞물려 돌아가면서 여야의 대치 전선은 더 넓어졌고 대립각은 한층 가팔라졌다.
여기에다 김 원장의 과거 외유성 해외출장과 후원금 부정 사용 의혹 등을 놓고 여야가 강하게 충돌하면서 정국경색은 더욱 심화됐다.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국회 정상화 모색을 위해 수차례 회동을 이어갔으나 매번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돌아섰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첫 단독회담이 4월 국회 정상화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흘러나왔지만, 구체적인 합의 도출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 김기식·방송법·개헌·추경…여야 ‘강대강’ 대치
여야는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김기식 사태’를 놓고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김 원장의 부적격성을 연일 강조하면서 사퇴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김 원장 임명 당시 기대감을 나타냈던 정의당마저 자진 사퇴 촉구로 당론을 정하면서 야당 공조가 완성된 모양새다.
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원장의 여러 문제가 드러난 상황에서도 여당이 ‘김기식 방탄’을 위해 청와대의 심부름센터 역할만 하기 때문에 4월 국회가 더욱 꼬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점은 있으나 사퇴까지 이를 사안은 아니라며 ‘김기식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은 본업은 뒤로하고 전직 의원 행적에 대해 정치적 공격만 쏟아내고 있다”며 “한국당은 엄중한 시기에 4월 국회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송법 개정안 처리 문제도 좀처럼 여야 간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민주당이 야당 시절 당론으로 내놓은 방송법 개정안(박홍근안) 처리를 강하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민참여형 공영방송 사장 선출제를 핵심으로 한 방송법 대안을 최근 내놨으나 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개헌과 개헌 국민투표를 위해 필요한 국민투표법 개정 문제도 쟁점 사안이다.
개헌은 투표 시기와 권력구조 개편 등 핵심 쟁점에서 여야 간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고, 국민투표법과 관련해서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시기를 놓고 ‘동상이몽’의 셈법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위한 국민투표법 처리 시한이 4월 20일이라며 야당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6월 지방선거 이후 개헌 투표를 주장하는 한국당은 국민투표법 개정에 앞서 개헌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청년 일자리’ 추경안을 놓고도 한국당 등 야당이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돈 풀기’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 여야 원내대표 회동서 합의 모색…선관위의 ‘김기식 판단’ 변수
여야 원내대표들은 16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정례회동에서 4월 국회 정상화를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방송법과 ‘김기식 논란’ 등을 놓고 여야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이라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회동 참석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김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13일 정 의장 주재 회동에 참석하지 않았다. 여권이 국회의원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 사례를 조사해 공개한 것에 대한 반발 차원의 불참으로 해석됐다.
여야 원내대표들 간의 협상이 삐걱대면서 4월 국회 공전이 길어지고 있지만,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라 여야가 막판에 극적인 합의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빈손 국회에 대한 국민적 비난 여론은 여야 모두에게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 원장 관련 논란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 결과를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라 이에 따른 ‘김기식 변수’도 4월 국회의 향배를 좌우할 한 요인으로 꼽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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