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정면대치·곳곳 몸싸움…우회로로 통과 소식 듣고 해산
한국당 의원들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이동 경로인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을 전날 저녁부터 틀어막았고, 이에 경찰이 한국당 인사들을 에워싸면서 일부 당직자들과의 충돌도 곳곳에서 빚어졌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 일행이 이날 통일대교 동쪽의 우회로를 통해 남측으로 향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6시간 만에 농성을 중단했다. 정부를 향해 “샛문을 열어준 것은 권력남용”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김성태 원내대표와 당 ‘김영철 방한 저지 투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무성 의원 등은 전날 오후 7시부터 통일대교 남단 도로에서 연좌 농성에 돌입해 이날 오전 11시 30분까지 16시간이 넘는 밤샘 농성을 펼쳤다.
이날 농성에는 홍준표 대표가 가세하는 등 90여명의 의원이 집결했고 당원과 당직자 등까지 포함하면 수백 명 수준까지 불어났다. 당 관계자는 “통제선 밖에서 농성하던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약 3천 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방한 철회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확성기를 튼 채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을 막아내자”, “애국 경찰들은 즉각 철수하라”와 같은 구호를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의원들을 에워싸면서 충돌도 빚었다. 통일대교 남단은 한국당 의원과 당원들이 타고 온 차량과 경찰버스 등으로 뒤엉켜 도로가 꽉 막혔고, 일부 당원과 당직자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홍 대표는 경찰에 “경찰이 제1야당의 집단적인 행동을 막는 것은 군사정부 시절에만 하는 짓이지 과하다”면서 “북한 보위부 직원들이 아니고 대한민국 경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개헌을 통해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를 하려 하며, 종국적인 목적은 남북 연방제 통일”이라며 “(현 정부가) 연방제 통일안을 추진할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이를 위해 주한미군 철수가 필요불가결한 의제가 될 것이며 국가보안법은 폐지 수순으로 갈 것”이라면서 “그 전 단계로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만들고 국민감정이 가장 심각하게 충돌할 수 있는 김영철을 데려와 어떻게 반응하는지 시험해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 의원들은 농성 중 ‘김영철 즉시 사살’, ‘철천지원수’, ‘살인마’ 등 원색적인 표현도 쏟아냈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우리 천안함 용사가 목숨으로 지킨 대한민국이 김영철에 의해 유린당하지 않게 반드시 통일대교를 지켜낼 것”이라며 경찰의 철수를 요구한 뒤 “여기서 끼니도 때우지 못하고 용변도 보지 못하는 이 암담한 상황을 문재인 정권에 제대로 보고하라”고 항의했다.
나경원 의원은 “한 마디로 천안함 장병과 유족, 희생자의 가슴을 후벼내는 것이고 그들을 모멸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안상수 의원은 “세계인의 축제에 살인마들을 동참시켜 함께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오전 10시께 김 부위원장이 이끄는 북측 대표단이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교 한복판에 대형 태극기를 펼친 뒤 그 뒤로 의원과 당원, 당직자 등이 진을 쳤다.
그러나 오전 11시께 김 위원장 일행이 통일대교를 피해 통일대교 동쪽의 전진교를 통과, 남측으로 향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산집회를 한 뒤 비로소 농성을 풀었다.
홍 대표는 “김영철이가 개구멍으로 들어온 것 같다”면서 “저희 당원들이나 시민들이 김영철을 그리 편안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은 “애국시민 덕분에 한국당이 풍찬노숙을 하며 김영철이 통일대교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저지했다고 생각한다”며 애국가를 제창한 뒤 해산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해산 후 낸 논평에서 “살인마 전범 김영철에게 샛문을 열어준 것은 권력남용이고, 국정농단이고, 반역행위”라면서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말은 안 들어도 북한의 말은 왜 이토록 맹종하느냐”고 비난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5시 청계광장에서 ‘김영철 방한 저지 투쟁위원회’ 회의를 하는 데 이어 26일 오후에도 같은 장소에서 ‘규탄 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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