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기억의 착오’ 해명…추후 ‘내 기억의 착오’로 표현 수정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자신의 과거 국회 특수활동비(특활비) 유용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당시 야당 원내대표와 간사에게 국회 운영비조로 지원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으나 당사자들이 일제히 돈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사건이 진실공방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활비 청와대 상납 의혹으로 촉발된 정치권 특활비 논란의 ‘불똥’이 국정원과 검찰 특활비를 넘어 국회 특활비로까지 튀는 형국이어서 향후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이번 논란의 시발점은 홍 대표의 지난 18일 페이스북 글이었다.
홍 대표는 그 전날 더불어민주당 현근택 부대변인이 논평에서 자신이 한나라당(현 한국당) 원내대표 겸 국회 운영위원장 시절이던 2008년 국회 특활비를 유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하자 ‘특활비는 공적인 용도로만 썼다’는 해명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홍 대표는 특히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특활비 용처를 조목조목 밝혔고, 그중 하나로 “야당 원내대표들에게도 국회 운영비용으로 일정 금액을 매월 보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틀 후인 20일 당시 통합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이 페이스북에서 “제1야당의 원내대표였던 저는 그 어떠한 명목으로도 홍준표 당시 국회 운영위원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면 부인하면서 홍 대표의 해명을 요구했다.
원 의원은 특히 “언제, 어떻게, 야당 원내대표들에게 국회 운영비를 보조했다는 것인지 분명한 해명을 요구한다. 납득할 만한 해명과 사과가 없으면 부득이하게도 법적 조치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홍 대표를 몰아세웠다.
그러자 홍 대표는 21일 다시 페이스북에 해명 글을 올렸다.
홍 대표는 “당시 일부 야당 원내대표가 받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 부분은 내 기억의 착오일 수 있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홍 대표는 그러나 “국회 운영위원장도 상임위원장이기 때문에 당연히 여야 상임위 간사들에게 특활비 중 일부를 국회 활동비 조로 지급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당시 운영위 간사를 맡았던 서갑원 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본인은 당시 야당 원내수석부대표이자 국회 운영위 야당 간사로서 홍준표 위원장으로부터 단 돈 10원도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며 “거짓으로 거짓을 덮으려는 어리석은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 해명 글에서 당초 ‘기억의 착오’라는 표현을 ‘내 기억의 착오’라고 수정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그나마 다행입니다만 정치인의 생명은 말에 있고 그 말에는 진실의 무게가 담겨 있어야 한다”며 “평소 직설적인 화법으로 유명한 이가 유독 이 일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씁쓸했다”고 꼬집었다.
양측의 이같은 SNS 설전으로, 당초 논외였던 국회 특활비 문제도 정국의 핫이슈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바른정당 유의동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문제는 국정원과 법무부 (특활비)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며 “공정함을 높이기 위해선 필요하다면 국회의 특수활동비를 먼저 폐지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논의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 역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특활비부터 폐지하자고 촉구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당 대표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국회 특활비 문제에 대해서는 ‘특활비 국정조사’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으려는 기류가 역력하다.
핵심 당직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권에서 부당하게 들쑤시는 특활비 문제에 대해 다 살펴보자는 것인데, 국회 특활비는 문제가 된 적이 없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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