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윤리위, 박근혜·서청원·최경환 탈당 권유 초강수
박근혜 전 대통령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제명이 가시화되면서 최근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였던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 출당에 강력하게 반발해 향후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은 2012년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을 새롭게 출범시키면서 ‘1호 당원’으로 불렸다.
그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징계는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한국당은 지난 4월 17일 박 전 대통령이 뇌물과 불법정치자금 공여 및 수수,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되자 곧바로 당원권을 정지했다. 부정부패 범죄로 기소된 당원은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을 정지한다는 당규에 따른 것이었다.
특히 홍준표 대표는 대표 취임 이후 박 전 대통령 제명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그것도 보수 진영의 본거지이자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에서 출당 조치 언급을 했다.
그는 지난 8월 대구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박 전 대통령 출당문제는 앞으로 당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다. 정치적 책임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간과하고 넘어갈 수 없다”며 출당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런 기조 하에 한국당 혁신위원회는 지난달 13일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자진 탈당을 권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당내 일부 친박계 의원들로부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징계를 구속 만기 시점인 10월 16일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요청이 있어 한국당은 한 달여가 지난 이날 윤리위를 열어 징계를 확정했다.
탈당 권유는 제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위의 징계로, 박 전 대통령이 탈당 권유 의결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열흘 내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위원회의 별도 의결을 거치지 않고 지체 없이 제명 처분된다.
열흘간의 말미를 주긴 했지만, 사실상의 제명 처분인 셈이다.
한국당은 끝내 박 전 대통령이 탈당 신고서를 내지 않는 경우 열흘이 지난 30일 이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박 전 대통령 제명을 최종적으로 의결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특히 윤리위는 현역 의원인데도 불구하고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서도 자진 탈당을 권유하는 ‘초강수’를 뒀다.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와의 절연은 그동안 한국당의 발목을 잡은 ‘탄핵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의 일환이다.
한국당에 새겨진 ‘박근혜’라는 주홍글씨를 지우지 않는 한 지지율 상승은 물론 내년 6월 지방선거 승리가 요원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홍 대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자들을 만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에만 기대어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다”며 “한국당이 박스권 지지율에 머무르는 가장 큰 원인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이라고 말해 왔다.
한국당의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 착수로 바른정당과의 통합 노력 및 보수재편 작업에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의 일부 통합파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제명 조치가 통합을 위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라는 입장을 피력해 왔기 때문이다.
보수대통합 추진위원회(통추위) 대변인인 바른정당 황영철 의원은 이날 오전 회의 브리핑을 통해 “보수 대통합의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혁신적인 조치들이 논의되고 있다는 데 대단히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친박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징계 조치가 자칫 당내 갈등의 핵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친박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의 의사를 확인하려는 지도부의 노력이 부족했다며 절차적 명분을 문제로 삼고 있다.
이미 정갑윤·김진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대출·이장우 의원은 입장문 발표를 통해 각각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징계 강행을 중단하라고 지도부에 각각 강력히 촉구한 상태다.
또 향후 최고위원회의가 윤리위의 출당 결정을 최종적으로 의결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 현재 최고위원회에서 친박계 인사는 김태흠 최고위원과 이재만 최고위원 등이다.
김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윤리위에서 세 사람에 대한 징계안이 결정되면 최고위원회의 추인 과정에서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현역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을 제명하려면 의원총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절차를 거쳐야 해 이들 두 의원에 대한 제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특히 이들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박계 의원들이 이번 결정에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나선다면 한국당은 또다시 해묵은 계파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