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용산 ‘60년史’ 미군에 통째로 내줬다

[단독] 용산 ‘60년史’ 미군에 통째로 내줬다

송수연 기자
송수연 기자
입력 2017-09-10 22:24
수정 2017-09-1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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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기념물 68점 중 55점
문화재청, 심사 하루 만에 승인
박정희 前대통령 휘호 비석 포함


“주한미군 연관 높다 판단” 해명
“문화재 반출 역사 되풀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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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코이너 안내 동판
캠프코이너 안내 동판
한국 정부가 미군 측이 요구한 용산기지 내 기념물 55점에 대해 주한미군 역사와 관련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평택기지로 반출하는 것을 지난해 12월 허가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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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미군 기념비
한국전쟁 미군 기념비
지난 60여년간 용산에 축적된 영욕의 현대사를 증명할 기념물임에도 한국 정부가 진지한 역사의식 없이 졸속으로 미군 측에 내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신문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을 통해 입수한 ‘용산 미군기지 내 기념물·기념비 이전 평가 결과 목록’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미군이 요구한 용산기지 내 기념물 68점 가운데 55점에 대해 평택기지로 반출하는 것을 승인했다. 문화재청은 미군의 요청을 받은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의 요구에 따라 지난해 12월 13일 단 하루 만에 1차 서면평가와 2차 현지실사를 마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정부가 반출 승인한 용산기지 기념물의 전체 목록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68점 중 이전을 불허한 13점은 조선시대 문인석상 등 미군 주둔 이전부터 용산에 있었던 문화재가 대부분이다. 반면 이전을 허가한 55점은 6·25전쟁에서 전사한 미7사단 소속 코이너 소위의 이름을 딴 캠프코이너 안내 동판과 1978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한미연합군사령부 창설에 하사한 휘호를 기념하는 비석(Fortress of Peace), 천안함 기림비 등 1953년 미군 주둔 이후 만들어진 기념물이 대부분이다. 문화재청은 이에 대해 “최근에 조성돼 문화재적 가치가 미미한 경우나 원형이 심하게 손상된 경우, 주한미군과의 역사적 연관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은 이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신주백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는 “반출을 허가한 목록을 보면 일제강점기까지만 우리의 역사라고 판단하고 미군 주둔 이후 64년간의 기념물은 모두 가져가게 했다”면서 “용산이 우리의 땅이고, 용산기지를 우리의 역사라고 생각하면 미군이 만든 기념비일지라도 우리 것으로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과연 어느 나라의 공무원인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도 “문화재 하나하나로만 따질 게 아니라 기념비가 갖는 역사성을 따져야 한다”면서 “문화재청이 혼자 결정할 게 아니라 국민과 공유하고 답을 찾았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해방 이후 무분별한 문화재 반출의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용산 부지 활용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문화재 보존 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2017-09-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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