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신뢰·안정성은 입증, 재진입 기술은 입증 못해”
북한이 지난 28일 2차 시험발사에 성공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조만간 실전 배치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발사 현장을 참관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 안에 있고, 임의의 지역과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대륙간탄도로켓을 기습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고 공언하는 등 무기체계로서의 신뢰성을 평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정은이 지난 2월에 이어 5월 이뤄진 두 번째 시험발사에 성공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2형’의 부대 실전배치를 승인한 사례가 있는 것도 ICBM의 실전배치 여부에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군과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화성-14형의 2차 시험발사 성공에도 실전배치를 언급하지 않았고, 재진입체 기술을 입증하지 못한 것을 근거로 당장 실전배치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화성-14형의 2차 발사는 1차 발사 때보다 탄두 중량을 줄여 쐈기 때문에 사실상 차이가 없다”면서 “특히 김정은이 실전배치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화성-14의 성능과 관련해) 더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2차 발사로 엔진의 신뢰성·안정성은 약간 증가했다”면서 “재진입체 기술 특성을 증명하지 못해 추가 검증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화성-14형이 당장 실전 배치가 가능하도록 무기체계로서의 완전한 신뢰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북한 미사일 기술자들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장 교수의 설명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2차 발사는 확실한 사거리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면서 “대기권 재진입 후 핵탄두 폭발은 없었던 것으로 보여 아직 이 부분은 미완성”이라고 분석했다.
군의 한 관계자도 “속칭 핵탄두 운반수단의 꽃이라고 불리는 ICBM은 사거리만 가지고는 전략 무기체계로서의 전략적 가치가 없다”면서 “핵탄두를 안정적으로 목표지점에 운반할 수 있는 재진입 기술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실전배치는 껍데기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자신들을 빼놓고 아무도 믿지 않는 화성-14형의 재진입체 기술을 어떤 식으로는 과시할 방법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는 게 군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이다.
‘돌발적이고 과시형 성격’의 김정은이 화성-14형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면서 3차 발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다 고체엔진의 ICBM급 ‘북극성-3형’과 사거리가 증대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4월 15일 열병식에서 공개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원통형 ICBM과 유사한 형태의 고체엔진의 ‘북극성-3형’을 곧 선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5일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이달에만 두 번째,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실시한 ‘콜드런치’(cold-launch) 사출시험은 SLBM 시험발사가 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발사관 3∼4개를 장착한 3천t급 잠수함을 건조 중이며, 정권 수립 70주년인 내년 9월 9일에 맞춰 진수식을 거행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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